제주도 이야기

중문대포해안의 주상절리대는 지금 대대적인 변신중

Chipmunk1 2023. 1. 19. 07:19

2023. 01. 07.

두 달 전 해넘이의 좋았던 기억을 더듬어 오후 5시경 도착한 대포주상절리는 경관개선작업으로 인하여 금년 여름까지 부분통제 한다는 현수막이 굳게 닫힌 출입문에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리서나마 주상절리대 끄트머리를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직은 통제되지 않은 야자수가 무성한 공원의 끝 부분에서 마침 시작되는 해넘이를 기다렸다.

주상절리대가 있는 해안 전망대 쪽이 완전 통제가 되어 아쉬웠지만, 커다란 야자수와 낙양이 드리워지고 있는 한라산 백록담 북벽의 조화로운 풍광이 곧 시작될 대포해안의 낙조를 알리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윽고, 짙은 미세먼지를 뚫고 달처럼 환한 태양이 해송 사이에 밝은 얼굴을 들이 밀고,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짙은 미세먼지와 구름이 태양에 먼지와 구름의 합성고리를 만들어 마치 눈앞에서 토성과 목성을 보는 듯한 말도 안 되는 착각을 불러왔다.

태양이 구름과 미세먼지의 호위를 받으며, 저녁하늘에서 사라지다가 무엇이 아쉬운지 구름은 먼저 보내고 미세먼지에만 겹겹이 둘러싸여 흐릿하게나마 낙조의 명현현상에 취해있을 즈음, 공원 밖으로 이동하라는 관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득, 지난가을 관람시간 종료 직전에 차가운 가을바람에 꽁꽁 언 채로 관람데크에서 낙조를 보고 있는 뒤통수에 대고, 문 닫고 정리하고 퇴근해야 되니 빨리 나가달라고 연이어 재촉하던 관리직원들의 다급했던 목소리가 지금 데자뷔처럼 들려왔다.

아스라이 시야에서 멀어지는 덜 떨어진 태양을 남겨놓은 채로, 99% 부족했던 대포주상절리대 관람과 2% 부족했던 낙조에 하릴없이 만족하기로 하고 대포주상절리공원의 마지막 관람객이 되어 공원 관리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뒤통수로 받아내며 종종걸음 치듯 재빠르게 공원을 빠져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가지 이유로 관람을 제한하는 곳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제주를 찾던 관광객들이 엔화가치가 하락해서 가성비가 좋아진 일본으로 몰려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코로나 펜더믹이 극복되면서 활성화되고 있는 해외여행에 반해 일방통행 하듯 역행하고 있는 제주 여행 가성비의 빠른 추락과 더불어 제주의 관광산업이 빠르게 위축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자못 걱정스럽다.

비근한 예로, 자동차 렌트비용이 다소 저렴해졌다고는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듯 기본자차부터 와전자차, 무제한자차와 슈퍼무제한자차등의 비정상적인 보험료 체계를 만들어 놓고, 관광객들로 하여금 최소한 무제한자차 이상을 선택하도록 겁박하는 듯한 요금체계 또한 관광객들의 발길을 가성비 좋은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는 하나의 부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지 않나 싶다.

차제에 제주는 관광산업의 선진화를 목표로 관광산업이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빠르게 재편하고, 가성비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지 않는다면, 나날이 항공편도 줄어들고, 항공요금도 점차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자칫 풍요 속의 빈곤이 현실화되는 고립된 외톨이 섬이 되어가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