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1. 06.
빨갛고 하얀 말모형 등대는 이호테우해변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호테우해변을 떠올릴 때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6년 1월 중순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올레길을 처음 시작했던 올레길 17코스.
그리고, 올레길 17코스의 백미가 바로 이호테우해변이 아닌가 싶다.
때마침 눈보라와 맞닥뜨린 이호테우해변에서 작은 몸뚱이 하나 피할 곳을 찾지 못하고, 하릴없이 그 눈을 온몸으로 맞으며 고행의 길을 지속해야만 했다.
그때는 올레길 각 코스를 시작하는 지점과 중간 지점과 끝나는 지점에서 스탬프를 찍는 것도 스탬프북이 있는 것도 알지 못했을 정도로 올레길에 대해 무지했었고, 길을 걷다 만난 올레꾼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를 통해 올레길은 총 26개 코스에 3개 섬을 포함한 425km의 평탄치 않은 길들을 발로 걸어 지나야 완주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약 2년간, 거의 열 차례 제주를 방문해서 2번의 올레길 완주를 마친 후에야 올레길 여행의 종료를 스스로에게 선언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 이후부터는 올레길 여행이 아닌 올레길이 품고 있는 명소들을 관광 위주로 전환해서, 이제는 제주 여행 중 상당 부분은 여행이 아닌 관광으로 즐기고 있다.
물론, 올레길을 걷기 이전 까지도 제주에 온 목적은 주로 여행이 아닌 관광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늘 혼용되고 있는 용어인 여행과 관광은 어떻게 다르고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쯤은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이호테우해변의 관광길에서, 그동안의 생각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들을 훑어보니, 그동안의 생각들과 상당 부분 일맥상통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전적 의미로 여행은,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하고,
관광은,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풍경, 풍물 따위를 구경하고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조금 살을 붙여서 길게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자면, 여행은 아주 동적인 넓은 의미가 내포된 인류의 생존과 맥을 같이 해온 때론 거칠고 고단한 고행의 여정인 것이고, 관광은 여행에 비해 다소 정적이며 목적이 뚜렷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휴식이란 의미가 내포된 여행의 한 분야에 속하는 협의의 여행이라고 나름 정의해 본다.
따라서, 관광은 교통의 발달로 자동차와 선박과 열차를 이용하여 길을 떠날 수 있었던 19세기 말경부터 여행에서 독립하여 관광산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형태로 진화하여 오늘날 서비스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탐방(探訪)이니 투어(Ture)니 하는 점미어를 붙여 관광산업의 비즈니스 영역을 점점 더 넓혀나가고 있다.
그리고, 소위 여행사라 불리는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고객들을 위한 교통편과 숙식과 명소의 탐방을 망라한 전 여정을 하나의 서비스로 기획해서 판매하는 관광상품을 우리는 보통 패키지여행이라 부르고 있지만, 정확히는 패키지관광 상품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하겠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여행을 즐기는 부류와 관광을 즐기는 부류는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론 관광을 여행이라 부르기도 하고 여행을 관광이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여행 중에 현지의 명소를 찾아 관광을 즐길 수는 있겠지만, 종종 패키지 관광 상품의 일정 중에 하루 정도는 자유여행이라 허울 좋은 이름을 붙여놓고 식비와 교통비등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어찌 보면 여행이라는 본연의 의미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석가모니 고행의 길이 인류 역사상 종교적인 관점에서 최초의 여행이라고 한다. 이는 여행이 관광과 어떻게 다른지를 확연히 구별할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끔 여행이라는 길을 떠나다 보면, 여행에 심취해서 배고픈 줄도 모르고 최소한의 취식만 하면서 종일 길 위에 있는 일이 종종 있기에, 지인들에게 그런 경험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이해를 하기보다는 같이 다니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꼬리표를 붙이기 일쑤인데, 그런 사람들은 관광에 최적화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오로지 길을 찾아 떠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편안함 만을 추구하지 않은 채로 여행 그 자체에서 희열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이 바로 여행에 최적화된 진정한 여행가가 아닌가 싶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진정한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고, 가성비 좋은 패키지상품이 있는지 여기저기 찾아보고, 동행할 사람들을 수소문하는 사람이라면, 여행이 아닌 관광을 즐기는 사람이라 나름 정의해 본다.
과연 나는 여행가 인가? 관광객 인가?
나의 '2023년 새해 마수걸이 여행'은, 엄밀히 말해서 50%는 여행이 될 것이고 50%는 관광이 될 것이기에, 정확히 표현하자면 '2023년 새해 마수걸이 길을 떠나다'가 적절치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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