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입춘(立春)을 나흘 앞둔 일월 마지막날 새벽 나의 斷想

Chipmunk1 2023. 1. 31. 06:49

머잖아 토종새 직박구리가 매화나무 위에 앉아 매화 꽃잎을 탐하는 계절이 돌아옵니다.

지난봄의 그 매화나무는 초록빛 꽃망울만 잔뜩 맺은 채로 서두름 없이 초연하게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소 설레는 마음으로 두 차례의 새해 인사를 주고받았던 일월이 시나브로 떠나가고 있는 흰 새벽에 불현듯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은 의문이 일어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도 합니다.

그것은 역사(歷史)라는 수레바퀴를 통해 현재의 당면한 과제를 풀어가는 지혜를 배우고, 막연한 미래를 올바른 방향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스승임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세상은 지나온 역사를 돌아보고 어려운 현실을 풀어가는 교훈으로 삼기보다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어려운 현실을 풀어가는 핑곗거리로 삼아, 주어진 의무와 책임은 회피하고 탐욕이 가득한 권력이란 도구로 스스로 창출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망나니칼만 난무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낯선 세상에 처절하게 내동댕이 쳐진 다수의 민초 중의 하나가 되어 오늘도 삶과 죽음의 불확실한 경계에서 신음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찌 보면, 역사는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현재의 거울이라고 정의하고 현실을 부정하고 도피하고자 하는 핑곗거리로 이용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를 배울 때 어법(語法)이나 문법(文法) 시간에 나왔던 가정법 과거 시제에서 '~~ 했더라면' 혹은 '~~ 하지 않았더라면' 등의 과거에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후회하고 위로받고 싶은 심정을 표현하는 식의 역사를 돌이켜보는 방식이 언제부턴가 우리의 삶 속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영어의 문법이나 어법에서 조차도, 지나온 과거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려져 있으니 '나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식의 현실 도피성 비겁한 핑곗거리를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고로, 역사란 과거를 뒤돌아보고, 잘못됐던 과거의 결정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미래의 교훈으로 삼고, 현재를 올바른 잣대로 새롭게 재단해 나가겠다는 선량한 의지로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한 권한을 부여받았음을 위정자들에게 인지시키는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선량하고 공정한 위정자라면 막강한 권력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고, 대중들에 대해서는, 주어진 권력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신의 성실하게 다하게 하기 위한, 무소불위 권한을 지닌 대중의 지배자가 아닌,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권한이 주어졌음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태도야말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선량한 위정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디, 남은 생은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현실감 떨어지는 가정법 미래시제 같은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지만, 왠지 극도로 오염된 디스토피아에서 남은 생을 마감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불안한 미래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듯싶은 일월 마지막날 새벽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불 같은 작은 희망이 여명의 빛이 되어 서서히 밝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