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1. 05.
실시간 CCTV의 도움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서귀포항과 새연교와 범섬을 보고 있지만, 언제나처럼 서귀포에 오면 빠뜨리지 않고 달려가는 새연교.....
더군다나 해 질 녘의 새연교는 포기할 수 없는 나만의 최애 명소이기에 오늘도 수망리 동백숲에서 부리나케 달려왔습니다.
새연교에서 바라보이는 서귀포항의 정겨운 겨울저녁 풍경은 실시간 CCTV 화면의 반대 방향에서, 짙은 미세먼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층 선명하게 한가득 시야에 들어옵니다.
한참을 잘 내려오던 해가 순식간에 예상치 못한 회색빛 구름 속에 갇혀 버리면서, 새연교의 짧은 해넘이가 범섬 위에서 머문 것은 조금 아쉽지만, 하루 종일 흐리멍덩했던 미세먼지의 영향권 아래서, 구름에 갇히기 전 까지는 제법 늠름했던 해만 기억해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유난히 저녁노을이 은은하게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두터운 미세먼지를 뚫고 비추는 강력한 해의 한방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새연교에 서서, 구름 속으로 숨어버려 조금은 미완성이 된 해넘이를 보고, 또 서귀포항에서 새연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치 잘 나가던 누군가의 삶이 한순간에 송두리째 뽑힌 채로 나락으로 떨어져 기구하게 말년을 보내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상되어 갑자기 서글퍼집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대중가요처럼, 잘 나갈 때 다음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그 어떤 조직도 오래도록 살아남기 힘든 무한 경쟁시대에, 별 노력 없이 영원히 잘 나갈 거라는 자만(自慢)과 오만(傲慢)에 경종을 울려주려는 듯한 오늘의 새연교 낙조가, 새해 벽두에, 지난 세월을 생각하게 하고, 또한 내일을 위한 오늘의 삶이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省察)과 시사점(示唆點)을 적절히 잘 던져주고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새해 마수걸이 제주여행 첫날은, 많은 생각을 담고 새연교 위를 지나 새섬에서 시나브로 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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