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지금 한라수목원(漢拏樹木園)은 애기동백과 매화와 개나리가 함께하는 겨울과 봄의 중간계절(中間季節)

Chipmunk1 2023. 1. 12. 05:08

2023. 01. 06.

한라산이 없는 제주는 상상할 수 없듯이, 자연휴양림과 수목원과 둘레길과 탐방로와 숲길이 없는 한라산은 상상할 수 없겠지요.

그중 하나가 제주시 연동에 위치해서 지역 주민들의 근린공원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그만인,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불과 20분 내외의 거리에 있으며, 아기동백의 군락지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한라수목원입니다.

한라수목원 내 임업시험연구실 건물 뒤편 한적한 숲 속에 위치한 아기동백 군락이 빽빽하고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장관은 민간에 의해 동백 군락지로 조성해 놓은 카멜리아 힐이나 위미리 동백군락지나 동백 포레스트나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그리고 상효원 등 과는 달리 오히려 자연 그대로의 한라산 둘레길의 동백길이나 동백이 멋진 터널을 이루고 있는 수망리 동백숲길과 그 결이 비슷하고 입장료 역시 없으니, 특히 아기동백이 반겨주는 겨울과 봄사이에서 자투리 시간을 보내기에는 제주공항에서 가까운 최상의 장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유료로 운영하는 주차장이 조금 신경 쓰인다면, 수목원에서 약 750여 미터 떨어져 있는, 식당과 족욕시설등이 갖춰진 수목원 테마파크에서 방문객들을 위해 무료로 운용하는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수고한 발을 위해 족욕시설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족욕시설은 성산의 흑미진이라는 식당건물 2층에도 있는데 30분 이용 요금이 12,000원, 수목원테마파크의 족욕시설은 동일한 가격이지만 하루 전에 예약함을 원칙으로 하고, 홈쇼핑을 이용하면 50% 가까이 할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라산 둘레길의 동백길이나 수망리 동백숲길의 청량한 곤줄박이 새소리 못지않게, 한라수목원의 아기동백숲은 곤줄박이 새들의 낙원이었습니다.

동백군락지 초입의 양지바른 작은 언덕 위에는 어느새 봄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인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줍니다.

11월부터 시작되는 얘기동백의 개화가 1월을 기점으로 서서히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는데, 아기동백군락지 앞 임업시험연구실 건물 앞의 화목원에도 아기동백과 하얀 왜 동백이 섞음 섞음 조화롭게 피어 있고,

지난 연말과 연초의 폭설 속에서도 봄의 화신 매화가 꽃봉오리를 하나둘씩 터트리고 있는 한라수목은 어느새 겨울과 봄의 중간쯤에서, 머잖아 떠나려는 겨울과 작별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머잖아 찾아올 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했었고, 이십 대가 되니 얼른 삼십 대가 되어야 제대로 된 어른 대접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사십 대가 되면서 다가오는 오십 대가 두려웠고, 오십 대가 지나면 여유로운 삶이 기다릴까 생각했었지만, 맘먹은 대로,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점점 더 늘어간다는 현실의 아이러니 속에서, 늘 그래왔듯이 탄탄한 준비 없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생존해야 했던 고단했던 삶의 조각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하나둘씩 맞춰 가면서, 미세한 계절의 변화도 몸소 느껴 가면서, 자연과 벗하여 유유자적 살아보는 것도, 휴식 없이 힘겹게 건너온 지난 삶에 대한 작은 보상이자 세월에 순응하면서 무탈하게 심신을 지켜낸 기특함에 선물을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겨울과 봄사이에 놓여있는 한라수목원에서 봄을 기다리는 봄꽃처럼 파릇파릇해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