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31.
언제부턴가 장미는 전주수목원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장미를 언제나 볼 수 있는 곳이 전주수목원이란 확신에 전주를 지날 때면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 주차료도 입장료도 없는 편안한 곳이 바로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이다.
그중에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제일 먼저 달려가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는 곳이 바로 장미원이다. 수십 종의 다양한 장미들을 옹기종기 모아놓고 봄 여름 가을 내내 짙은 장미 향이 진동해서 눈도 코도 호강하는, 시간이 잠시 멈춰지는 순간이 이어지는 곳이 또한 장미원이기도 하다.
더욱이 얼마 전부터 tvN에서 시즌2로 방영되고 있는 '환혼(빛과 그림자)'이라는 드라마에서 장미의 뜨락이 진요원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해석되어 그 진면목을 과시하기도 했으니, 혹시나 하는 기대로 2022년 마지막 날,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잠시 내려와 장미를 찾아 장미원의 심장부인 장미의 뜨락에 한달음으로 달려갔다.
기대했던 아름다운 장미는 온 데 간데없지만, 다행스럽게도 초록빛은 많이 남아있는 장미의 숲과, 눈 속에서 시들어 가는 장미와, 바싹 말라버린 장미와,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봉오리가 그나마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곳에서 나의 현주소를 발견한 것 같은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그 꽃들과 한참을 눈맞춤하고 머잖은 봄에 다시 만날 풍성한 장미원과 장미의 뜨락을 천천히 돌아 나왔다.
황량해 보이는 장미의 뜨락 아래 정원에는 목련이 하나둘씩 예쁜 몽우리를 싹 틔우며 찬란한 봄의 장미원을 기대하게 했다.
아쉬운 발길이 대나무숲을 지나, 2022년을 넘어가는 마지막 해를 착잡한 심정으로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서 장미의 흔적도 찾고, 사건과 사고로 얼룩진 지난 한 해를 무탈하게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2022년을 기분 좋게 갈무리했다.
'겨울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혹한과 폭설속에서도 의연하게 움트는 봄의 전령사들을 대하는 나의 단상(斷想) (4) | 2023.01.26 |
---|---|
안동 월영교(月映橋)는 계묘년(癸卯年)의 첫 산책길 (6) | 2023.01.24 |
눈 덮힌 안동호반 나들이길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 오후를 보낸 나의 단상(斷想) (0) | 2023.01.03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보고 빠져들었었던 청송 주왕산 주산지의 한겨울을 대하는 나의 단상(斷想) (0) | 2023.01.02 |
눈 속의 내장산 우화정과 내장사에 2022년을 두고 오다 (2) | 2023.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