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시월 첫날 나의 단상(斷想)

Chipmunk1 2022. 10. 1. 04:58

진정한 가을의 주인 시월이 돌아왔건만 별 감흥이 없다고 느껴지는것은 아마도 시월에 대한 기대와 현실과의 메꿀수없는 커다란 괴리(乖離)에서 비롯된것이 아닌가 싶다.

시월은 가슴 벅찬 가을의 정점임에 틀림없건만,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앵무새처럼 시월유신을 웅변했었던 연구수업 발표회장이 오랜 기억속에서 잊혀지지않는다.

수출 백억불과 국민소득 천불이 달성되는 80년대가 되면 정말 살기좋은 나라의 국민이 되는줄 알았었다.

공교롭게도 시월유신이 있었던 7년 후 시월 어느날에 있었던 대통령 시애(弑害)사건이 나에게는 풀지못한 역사의 아이러니로 남아있다.

우매한 국민들에게 8년 후의 원대한 복지를 약속해 놓고, 정작 본인은 7년 후에 닥칠 본인의 운명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달나라 정복을 앞두고 화성 탐사가 시작된 지금도 사람들은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가 아닌 점쟁이에게 의지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시월이 나에게는 낭만적인 가을의 정점 이전에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 고스란히 내동댕이쳐져 씻겨지지도 치유되지도 않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그래서, 나의 십대와 이십대의 시월은 낭만 보다는 억압과 공포가 상존했었던 어둡고 긴 터널과도 같은 기억 하고 싶지않은 시간들로 점철되어있지않나싶다.

어릴적 부터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듣고 자랐다. 그렇지만, 품고있는 이상과 닥친 현실의 괴리가 극심한 사람을 우리는 현실감이 없는 사람이라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회 부적응자 혹은 정신이상자로 낙인 찍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 부턴가 꿈이라는게 없이 살아가고있는 나를 발견하고도 힘들어하기는 커녕 환경에 잘 적응해 살고 있는 나를 스스로가 대견하게 생각하곤한다.

그래!
참 잘 견디고 잘 살아온 나를 위로하고 칭찬한다.
그리고, 나를 진정 사랑하기로 하자.
그러한 위대한 사랑의 힘으로 시월을 위로하고 남아있는 나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자.

*광화문 네거리에서 취루탄 냄새가 맡기 싫어 이민가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때 보다는 살만하지 않은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