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태풍이 많은 2019년 가을~~~
이번 주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나면, 화려하지만 연약한 꽃무릇을 더 이상 볼수 없을것 같은 조바심에 새벽 두시 까지 잠을 못 이루고 이런저런 생각 끝에 비교적 강수량이 적을것 같은 새벽 4시 50분에 아직 비가 시작되기 전 선운사가 있는 선운산도립공원을 향해 내달렸다.
서해안 고속도로 줄포나들목을 지날무렵 부터 시작된 가랑비가 선운사 주차장에 도착하자 굵은 빗줄기로 바뀌어,왔던 길을 되돌아 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어스름한 선운사길을 따라 언젠가 초여름 새벽에 걸었던 그 길을 이 초가을에 다시 걷게 되었다.
공원입장료 매표소가 아직 문을 열지않아, 무료입장해서 어두 컴컴한 선운사 일주문을 지나,
선운사 계곡을 따라서, 꽃무릇이 있는 선운산쪽으로 다리를 건너 어두운 산길을 홀로 걸었다.
뭔가 숲속에서 붉은 기운이 느껴져서 잰걸음으로 빗속을 뚫고 달려갔지만, 숲속의 붉은 기운들은 꽃무릇이 분명하긴 한것 같은데, 빗소리만 스산하게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꽃무릇은 카메라 앞에 서기를 부끄러워하는것 같았다.
어쩔수 없이 숲속이 밝아올때 까지 선운사 경내를 하릴없이 기웃거렸다.
불교문화재를 준비하는지, 경내 중앙에는 을씨년 스럽게도 커다란 무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7시가 가까워져서 다시금 꽃무릇 곁으로 가봤다.
비록, 햇볕이 없는 빗속에서 보는 꽃무릇, "참사랑"이란 꽃말을 갖고있는 꽃무릇은 머잖아 꽃이 지고 잎이 나게되면 서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절절한 그리움이 사랑으로 승화되어 참사랑을 이루는 아름답고 화려한 자태가 가슴 설레이게 한다.
개나리도 꽃이 지고 잎이 나기는 꽃무릇과 한가지인데, 유독 꽃무릇에만 가슴 절절한 슬픈 사랑의 전설이 여기저기 전해지는 까닭은 아름다운 꽃무릇에 대한 질투에서 기인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아름다우면서 화려하기 까지한 꽃무릇은 꽃과 잎이 만날수 없는 이룰수 없는 슬픈 사랑의 대명사라기 보다는, 화려한 다섯장 꽃잎의 열정이 수십개의 잎으로 환생해서 사랑의 결실을 맺는 참사랑이 바로 꽃무릇이 아닌가 싶다.
역시나, 선운사 계곡을 따라 선명하게 피어난 꽃무릇과 선운산 비탈에도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 꽃무릇의 번식력이야 말로 참사랑이란 이런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것 같았다.
어쨋거나, 선운산 도립공원은 지금 온통 울굿불굿한 꽃무릇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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