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주말 아침 나의 단상

Chipmunk1 2019. 4. 20. 06:27

 

예외없이 일찍 눈이 떠져 똑바로 누워 이곳이 어딘지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의 뛰어난 적응력은 왠지 지금의 이곳이 타지같은 느낌이다.

 

월요일 새벽에 내려갈까? 아님, 내일 오후에 느지막히 내려갈까? 갈등이 시작된다.

 

평소대로라면 월요일 새벽에 내려가는게 맞을텐데, 혹시나 늦잠들까 걱정이 앞선다.

 

미리 사서 걱정말자는 심산으로 생각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려본다.

 

사실, 이번주 들어 급하게 오르기 시작한 기온에 맞는 얇은 옷을 챙겨갈 심산으로 집에 온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바리바리 싣고온 두꺼운 콤비자켓 두벌과 패딩, 그리고 열장은 족히 되는 남방과 드레스셔츠......

거기에 뒷축이 뭉그러져서 덜렁거리는 구두까지......

 

그렇다.

 

집에 올라올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젊은날 일주일 정도의 출장을 다녀오면서 집이 그리워 아무 생각없이 귀가했던 그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 귀가다.

 

그 때는 출장 가방도 내손으로 싸지 않았고, 출장 다녀온 짐도 나는 손을 대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손으로 모든걸 다 한다.

아마도, 그간의 잦은 여행이 모든걸 바꿔 놓은듯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가져갈 짐을 챙기고 가방을 꾸리고, 또 짐을 푸는것이 번거롭지가 않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챙겨주는것 보다 내가 직접 하는것이 더 미덥다.

 

그동안의 여행이 나를 아주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고, 외로움 마저도 즐길줄 아는 이시대의 풍운아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혼자 왔다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혼자 가야하는 기약없는 인생길 아니던가!

 

그것이 여행이됐던,

소위 말하는 일이 됐던,

그냥 즐기면 그만아닌가?

 

이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지,

식솔들 먹이고 입히는 걱정없이,

나만 잘 지내면 되는 단순한 삶이 나의 현 주소이면서 나의 미래가 아닌가 싶다.

 

이십년이 될지

삼심년이 될지 알수없는 나의 길은 왠지 행복할 것만 같다.

 

인생 뭐 있어!

 

마지막 날까지 아낌없이 나를 사랑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것 열심히 하면서 나를 위한 여행을 계속하는거지.

그리고, 마음 한켠에는 가족에 대한 무한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로~~

 

삼십여년간 참 많은 일을 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쩌면 그토록 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아침이 더욱 더 뿌듯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