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구두를 신고 발걸음도 가볍게 길을 걷다가 실수로 돌부리를 걷어차고는 흠집난 구두의 코를 연신 손으로 만지면서 가슴 아파했다.
그러나, 만일 구두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엄지 발톱에서 피가 낳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새 구두라 하더라도 구두는 내 발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것인데 주객이 전도되어 흠집난 새 구두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문득, 구두 뒷굽이 입을 벌리고 있었던 오늘 낮의 상황을 되짚어보면서, 구두의 앞코가 돌부리에 부딪쳐 상처가 나서 가슴 아팠던 지난 날들이 내게는 전부 주객이 전도되었던 시간들이 아니였나 싶다.
무엇이 더 소중했던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왔던가!
나를 위해서였더라면 그렇게 힘겹게 살아내지 않았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주인인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아왔기에 오늘날 내가 존재하고 있는건 아닌지 묻고싶다.
주객을 따지지 않고, 주인인 내가 아닌 객을 위해 살아온 지난 날들이 오늘 나를 존재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내 앞의 모두가 나의 손님이 되어, 그들에게 최선을 다한 후에 나를 뒤돌아보는 뿌듯함이 오늘의 내 모습이 아닌가 싶다.
객을 통해서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교훈이 바로 주객전도가 아닌가 곰곰히 생각해 본다.
분명 구두는 내 발을 보호하려고 존재하는 한낱 하찮은 도구에 지나지 않지만, 내가 소중히 여겨왔기에 긴 세월 나를 떠나지않고 나의 발을 지켜줬다.
그래서 예로 부터 우리 조상들은 내집을 찾아온 손님을 극진하고 융숭하게 대접하라 했나보다.
그동안, 내가 아껴준 것 이상으로 내 발을 아끼고 보호해준 구두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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