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시월 마지막 월요 아침 나의 단상

Chipmunk1 2018. 10. 29. 07:30

 

초등 5학년 시월인 1972년에 시월유신이 있었고,

 

고3 시절 시월인 1979년엔 10•26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시월유신이 무엇인지, 10•26이 무언인지 알지 못하지만, 연구수업 이라는걸 한다고 앵무새 처럼 대망의 1980년에는 국민소득 1,000불에 수출 100억불을 이루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발표자를 미리 정해 경쟁적으로 손들고 일어나 앵무새처럼 조잘대던 어린아이가 46년 후 내가 되었다.

 

국민들이 통곡하고 나라가 망했다고 울부짓던 10월 27일 아침, 10월 26일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갑자기 통금시간이 자정에서 오후 8시로 네시간 당겨져서 집에 못간 사람들이 많았고, 그 날 나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냈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며, 시월유신이 선포되었던 지난 10월 17일에는 작년 국민소득이 2,385불에 불과한 베트남의 사파 진흙산길 트레킹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베트남 사람들을 눈앞에 보면서, 허황됐던 그 날을 기억했고, 지난주 10월 26일에는 빗길의 사려니숲길에서 만난 피빛의 붉은 단풍을 보면서 덧없는 만시지탄의 어리석은 그 날이 씁쓸하게 기억되었다.

 

그리고, 나는 소질과 적성은 뒷전이었고, 소득이 높은 일자리를 찾아 일하며 주경야독의 심정으로 더 좋은 일자리를 위해, 좋은 시절을 아둥바둥 좋은 시절인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고 또 달려왔다.

 

기억조차 하고 싶지도 않은 역사의 현장을 지나 왔기에, 그 때가 되면 시계바늘은 저절로 그 시절로 돌아가 있지만, 결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이 너무 좋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5년만 젊었어도, 10년만 젊었어도...........,

 

그러기에는 내 기억에 남아있는 옛 추억의 그림자들이 그립다기 보다는 빨리 잊고 싶은, 힘들었던 악몽들이 먼저 떠오르기에, 과거로 다시 돌아간들 더 좋은 오늘은 결코 오지 않으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쌀쌀한 시월의 마지막 월요일 아침에 일찍 떳던 눈을 다시 감고, 다시는 아픈 역사의 수레바퀴가 윤회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 오지 않기를, 거실 뒷창을 열고 6층 아래 아파트 뜰의 나무들을 바라 보면서 서서히 지나가는 시월의 끝자락을 맥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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