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9월 마지막 날, 나의 단상(斷想)

Chipmunk1 2018. 9. 30. 08:37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 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

 

시작을 알리는 봄과 마무리를 알리는 가을이 마치 오래된 수학공식 처럼 언제 부턴가 나의 뇌리에 박혀 아무런 의문도 없이 잘 지내왔다.

 

그렇지만, 9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이 내게는 시작과 끝을 함께 했던 잊을 수 없는 바로 그 날이다.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꿈 많았던 그 날도 9월 30일 이요.

그리고, 원치 않았던 직장생활을 마감해야 했던 씁쓸했던 그 날도 9월 30일이었다.

 

시작도 끝도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된다고 염증을 느끼곤 했던 그 시간들이 어느새 옛 이야기가 되어 기억의 저편에서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에게 가을은 언제 부턴가 암수가 한 몸뚱이에 붙어 있는 양성괴물과도 같은 존재로 기억되는 계절이 되었다.

 

그렇게 이 가을이 내게는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봄과 같은 계절로 기억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낙엽이 지던 어느 가을날, 창밖에 남은 담쟁이덩굴잎 하나에 생명을 걸었던 폐렴으로 죽어가던 여류화가 존시와 존시에게 기적적으로 생명의 끈을 잡게 했던 원로화가 베어먼의 안타까운 죽음을 그렸던 미국의 작가 O.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도 꺼져가던 한 여인의 기적같은 소생과 폐렴으로 죽어가던 동료 화가를 위해 비바람을 맞아가며 떨어진 나무잎을 대신해 벽에 밤새 나무잎을 그려야했던, 그리고 정작 본인은 폐렴으로 생을 마감한 아름답고 숭고한 원로화가의 희생이 공존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9월의 마지막 날이 내게는 시작이 있었고 끝이 있었던 잊지못할 그 날이듯이, 가을은 O.헨리의 소설속 여주인공 존시에게는 새로운 시작이었고 원로화가 베어먼에게는 아름답고 숭고했던 삶의 마지막이었다.

 

이렇듯 가을은 언제나 마감을 이야기하는 쓸쓸함과 한해의 결실을 수확하는 설레임이 교차하는 양성의 계절이 아닌가 싶다.


내 눈앞의 해넘이가 지구 반대편의 누구에게는 해돋이가 되듯이, 다시 생각해 보면, 암울하기만 했던 마지막 시간들도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쓸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아름답고 숭고한 의미있는 시간들이 아니였을까 생각해 본다.


비록 오늘은 9월의 마지막 날이지만, 내일은 새로운 희망으로 시작하는 떠오르는 태양과 같이 찬란한 시월의 첫날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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