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강천산 산책로의 겨울

Chipmunk1 2018. 2. 5. 21:51


 

지난 주말 부터 시작된 눈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늦은 밤 부터 거의 종일 이어지던 눈이 오늘은 새벽녘에 그치고 오랜만에 볕이 바짝들어 화창하게 2월의 첫주를 시작하게 했다.

 

주말 내내 집 주변 제설작업을 하면서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햇님이 반갑기도 하고 청량한 공기를 그냥 둘 수도 없어서 간간히 뿌리던 눈이 잠잠해진 이른 오후에 강천산으로 내 달렸다.

 

날씨도 춥고 눈도 쌓인 월요일 오후에 구장군폭포 까지 걸었던 왕복 5km 남짓한 강천산 산책로는 한적하기 그지없었고, 간간히 휘날리는 잔설들이 길동무를 해 주었다.

 

국내의 내노라하는 숲길과 둘레길을 작년 한해 동안 무던히도 걸었지만, 강천산의 아기자기하고 평탄하게 닦아놓은 산책로와 주변 풍경들이 그동안 경험헀던 숲길과 둘레길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니 그 이상으로 만족 스러웠다.

 

더우기 연일 폭설로 눈의 왕국을 연상시키는 강천산의 겨울 풍광은 군립공원으로 남아 있기에는 다소 아쉽다는 섕각이 들 정도였다.

봄의 벚꽃과 가을의 얘기단풍 뿐만 아니라 겨울의 설경이 뭇 폭포들과 어우러져 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군립공원에 입장해서 제일 먼저 웅장한 병풍폭포를 만났다.

폭포 안 길을 걸어 지나가면 속세의 죄가 모두 씻겨진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잘 닦여진 산책로에 쌓인 눈을 밟고 지나치자니 문득 한달전(1/4) 인제의 원대리 자작나무숲길을 떠오르게 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자연스럽게 비가 폭포를 이룬다고 하여 붙여진 천우폭포도 한파에 꽁꽁 얼어 붙어 있기는 병풍폭포와 매 한가지였다.

 

천우폭포를 지나자마자 소수정예로 간추려 놓은 듯한 메타세콰이어가 마치 강천산의 마천루나 되는 듯이 웅장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한번으로 지나치기가 너무 아쉬워서 반대 방향에서 잡아봤지만, 역광이라 실물보다 우중충하게 보여 아쉬움만 더하고 말았다.

 

어느덧 강천사에 들어섰다.

 

역광이 못내 아쉬워서 반대 방향에서 한컷 더.

 

한창 증축공사가 진행중이라서 경내 주변이 다소 어지러워 보이긴 했지만, 산 아래 호젖하게 자리하고 있는 삼인대(三印臺)는 조선 중종 10년(1515년)에 폐비 신씨의 복원을 주창했던 순창군수 김정, 담양부사 박상, 무안현감 류옥의 행적을 기념하기 위한 비석과 비석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작고 검소해 보이는 건물로, 의를 위해서는 결코 굽힐 수 없다는 선비의 강직한 기개를 엿보게 했다.

 

눈 덮인 강천산 봉우리가 아련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강천사와 삼인대를 지나면서를 수령이 300년 이상이라는 국내 최고령 모과나무가 의연하게 길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주렁주렁 달려있던 그 많던 모과 열매는 누가 다 가져 갔을까?

 

길 오른쪽 위에 나있는 오솔길 사이로 대나무숲 산책로가 탐방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가보고 싶은 길이지만 다음기회로 미루고 그냥 지나쳤다.

 

십장생교를 지나면서 조금 거세진 눈발과 맞 부닥쳤다.

 

그리고, 비룡교를 지나면서 눈발이 다소 진정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용머리폭포는 용이 승천하는 자태를 표현하는 대신 전설속의 설인(雪人)이 폭포벽를 기어 오르는 듯한 기이한 형상을 만들어 놓았다.

 

마한시대에 혈맹으로 맺어진 아홉 명의 장수가 전장에서 패한 후 이곳에 이르러 자결하려는 순간 차라리 죽기 전에 한 번 더 싸워보자는 비장한 결의로 마음을 다지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아홉 장군의 전설이 담긴 폭포가 바로 이곳에 있는 구장군폭포다.

 

조금 아쉽지만, 강천산의 명물 현수교와 강천산 꼭대기는 돌아오는 봄에 다시 찾기로 하고 오늘은 구장군폭포 앞에서 아련히 올려다 보기만 했다.

 

돌아오는 길에 덤으로 따스한 강천암반음용온천수를 20리터 용기에 가득 받아왔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에는 알지 못했다. 이곳 암반수가 왜 온천수 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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