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는 없었지만, 아침만 먹고 헤어지기가 너무나도 서운해서 유성에서 가까운 동학사에 갔다.
동학사라는 이름은 다음과 같이 두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하나는 이 절의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으므로 동학사(東鶴寺)라 하였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고려의 충신이자 동방이학(東方理學)의 조종(祖宗)인 정몽주(鄭夢周)를 이 절에 제향하였으므로 동학사(東學寺)라 하였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오늘날의 동학사는 6·25전쟁 때 옛 건물이 모두 불타 없어졌다가 1960년 이후 서서히 중건되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삼성각·동림당·조사전·숙모전·육화당·염화실·강설전·화경헌·범종각·실상선원·동학강원(東鶴講院) 등이 있다.
계룡팔경중의 하나인 동학사계곡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거침없이 휘몰아쳐 내려 오다가도 사라진듯 숨었다가 다시 용트림하듯 굵은 몸뚱아리를 드러내는 계곡물은 늦여름을 아쉬움없이 보내버리고 있었다.
어제와는 달리 하늘은 높았고, 동학사 산책로의 가로수 사이로 쏫아져 내리는 따뜻하다 못해 따끈한 햇볕은 적당히 기분을 들뜨게 했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 보내고 가을 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옛말이 있듯이, 오늘 같이 자외선도 없는 순백한 햇볕은 지친 심신을 말끔히 치유하는 보약중에 보약이고, 거기에다 4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 동학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춤을 추듯 가벼웠다.
그 시절 소풍에서의 흐릿한 기억들과 졸업후 처음 모교를 함께 찾았던 고등학교 시절의 그 느낌이 다시 살아 나는듯 했다.
아담한 대웅전은 비구니스님들의 도량을 애기하듯 정갈하고 아기자기함이 느껴졌고, 담장아래 다소곳하게 형형색색 피어난 수련의 아름다운 자태는 속세의 시름을 놓고 가라는 부처의 미소 같았다.
염화미소(拈華微笑)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동학사는 비구니 스님들만 기거하는 사찰이다.
대웅전으로 향하던 우리일행 뒤에서 검은색 고급승용차가 나타나 질러 지나더니, 대웅전 입구에 섰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자동차에는 백담사 주지스님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비구니 스님 서너분이 커다란 물그릇에 물을 떠와 맨손으로 먼지 한톨 보이지 않는 자동차의 바퀴를 닦고 있었다. 아마도 백담사에서 온 스님이 대웅전 입구의 종무실에 불이나케 들락 거리더니 (우리 일행이 대웅전을 나와 주차장으로 발길을 옮길 즈음에) 급기야는 몇몇 비구니 스님들을 착출하여 백담사에서 세속을 달려온 자동차의 바퀴에 묻은 세속의 때를 벗기려는 고귀하고 부처다운 발상을 실현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퀴에 묻은 오물과 기름등이 오염되지 않은 동학사의 계곡물을 오염시킨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성수가 정성스럽게도 네 친구에게 일일이 준비해준 대전에서 유명한 성심당의 소튀(소보로튀김) 선물세트를 받아들고 오후 2시 54분 발 기차를 타고 대전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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