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1. 08.

시흥 연꽃테마파크 조성의 모티브가 되어 준 관곡지, 주말에만 개방되기에, 담장 너머에서 바라보니, 연꽃이 가득하던 연못은 바짝 말라있고, 덩그마니 정자 홀로 쓸쓸히 서있습니다.

겨울의 연꽃테마파크에 연꽃이 있으리라 기대는 안 했지만, 혹시나 주걱모양의 부리를 갖고 있는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와있나 싶은 기대감은 있었지만, 꽁꽁 얼어있는 황량하기만 한 연꽃테마파크에는 생명체가 먹고살만한 먹이조차 보이지 않으니 , 저어새뿐만 아니라, 먹이를 얻고 쉬고자 하는 철새들이 테마파크 위로 날아갈 망정, 자리를 잡고 먹이를 찾는 조류들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기 시작하는 붉은인동덩굴도, 연꽃이 필 즈음 주렁주렁 열리는 장정의 팔뚝처럼 튼실한 수세미도, 울긋불긋 베레모 호박을 비롯한 화초호박이 주렁주렁 걸려 있고, 물항아리에는 예쁜 수련들이 조화를 이루던 터널에는 인동덩굴과 수세미와 호박 대신에 매달아 놓은 오로벨(Orobell)이 그나마 위안이 되어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량하기만 한 너른 연꽃테마파크에도 햇살이 찾아오니, 연꽃이 만발하던 여름이 연상되어 살며시 눈을 감고 옅은 미소를 지어봅니다.

비록, 저어새는 보이지 않았지만, 빠릿빠릿한 도요새가 연꽃테마파크 옆 물왕리저수지로 이어지는 늠내길 지방하천에서 삶의 행로를 가볍고 리드미컬하게 이어갑니다.

뿐만 아니라, 백할미새도 중간중간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백로 중에서는 몸집이 제일 작은 쇠백로도 정중동하는 자세로 홀로 외로이 하천을 오가며 다행히도 아직 얼지 않은 하천에서 먹이를 찾으며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역시나, 중백로보다는 조금 크고 대백로보다는 조금 작은 중대백로가 영역을 정해놓고, 움직임이 없는 듯 움직이며 홀로 외로이 봄을 기다리는 듯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백련과 홍련, 그리고 수련이 가득하던 연꽃테마파크의 텅 빈 정원 작은 둔턱 위에서,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듯 쓸쓸해 보이는 검은 다리, 그리고 하얀 털 속에 검은빛 피부를 갖고 있는 늠름한 중대백로가 끝내는 고향땅을 향해 차가운 겨울 하늘길로 수려한 날갯짓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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