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올레길 9코스

Chipmunk1 2016. 1. 22. 22:30

올레길 9코스의 완성과 통한의 10코스



  어제 일몰로 정지했던 9코스의 마지막 2km를 완주하고, 10코스 출발점에 섰다.

  이게 왠 날벼락.ㅠ.ㅠ
  금년 6월말 까지 휴식기란다.
  리본도 표식도 간새도 다 제거 되었다는 안내소 직원의 설명에 망연자실....산방산을 올려다 보며 오늘따라 살을 에이는듯한 칼바람에 왼쪽눈에선 눈물이 찬바람에 반응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파도를 일주하는 올레길 10-1에 도전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모슬포항에 도착했으나, 가파도로 배가 출항은 하지만, 풍랑주의보 때문에 가파도에서 나오는 배가 없단다.

  갑자기 사기가 떨어짐을 느꼈다.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집에 돌아가리라 맘을 먹었다.

  곶자왈이라 불리는 음습한 숲속길도 더이상은 혼자 다닐 엄두도 나질 않았다.

  내일 부터는 기온도 급강하하고, 오후 부터 일요일 종일 제주 전역에 폭설이 예보되어 있다.

  일요일 7시 출발하는 한자리 남은 대한항공을 예약했다.

  그래도 못내 아쉬움에 오름과 곶자왈이 없는 16코스를 9번째 올레길 트레킹 목표로 잡고, 보말국으로 점심을 먹고, 송악산을 향하던 발길은 모진 강풍에 못견디고, 숙소로 향했다.

  온천입구에 있는 제주설심에서 단팥죽과 찹쌀도너츠로 이른 저녁을 요기하고, 바로 온천으로 향했다.

  산방산을 바라보며 살을 에는듯한 칼바람이 사납게 울어대는 노천온천에서 지난 16박17일을 회상해 보았다.

  올레길을 걷다 이따금씩 뒤둘아보는 풍경은 색다른 멋이 있었다.

  30여년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직장 생활을 생각해 봤다.


  나중에 시간나면 보겠다고 나름 가치있다고 판단되어 옆에 쌓아 놓았던 서류들....내용이 뭔지도 들여다 보지도 못한채, 일정시간 지나면 쇄단기로 직행하였다.

  정말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처음 올레길을 걷던날, 표지를 제대로 못봐서 지나친 길을 되돌아오다 보니, 표준거리보다 거의 10km를 더 걸었다. 그래도 7,8번째 길 8,9번 코스는 표준거리를 거의 지켰다.

  방향을 잘못 잡고 가는거 같아도 못먹어도 고라는 심정으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이유모를 자신감으로 뒤돌아갈 여유를 갖지 못했던 젊은 시절이 아쉽다.

  아직 사회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가다가 내 길이 아닌거 같으면 조금 늦더라도 뒤돌아서 제대로 된 길을 걸을수 있는 지혜가 생길수 있도록 올레길을 꼭 좀 걸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안타갑게도 월정리해변이나 함덕해수욕장 카페 거리에는 젊은이들로 빽빽했지만, 8개 코스를 걷는동안 학생들은 한명도 마주친 기억이 없다.

  국내 최고의 탄산온천인 이곳 산방산탄산온천에서 온몸에 기포가 달라 붙어있는 원천탕에 1시간 넘게 몸을 담그고 있다가, 탄산이 날라가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가열하지 않은 28,9도 안팎의 수온이 체온을 더이상 떨어뜨리지 못하게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을 위해 일찍 자리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