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35년 만의 폭설과 16코스를 함께 걷다

Chipmunk1 2016. 1. 23. 09:30

  이틀을 묵었던 산방산탄산온천게스트하우스를 8시전에 나서서, 16코스 시작점인 고내포구 까지 1시간25분동안 버스를 타기위해, 온천장 앞의 카페에서 제주산보리토스트와 라떼로 아침을 대신했다.


  오후에 눈이 온다는 대한민국의 최신 수퍼컴으로 무장한 기상청을 믿고 출정했던 16코스는 고내포구 초입에서 하와를 만나지 못했다면 분명 도중하차 했었을 정도로 출발부터 강풍과 폭설이 시작되었다.

  해안을 지나 오름에 오니 바람은피할수 있었지만, 거센 눈보라와 발목 까지 덮혀오는 눈이 가히 두렵기 조차했다.

  일행이된 뱀띠 하와가 눈속에서 손수 따준 귤 4개를 맛있게 먹고나서 나는 드디어 제주에 온지 12일만에 금단의 올레길 주변에 열린 귤맛을 보고 말았다.

  그녀가 책임지겠다는 말에 맞파람에 개눈 감추듯 한입에 달콤한 귤즙을 흡입했지만, 나는 공범이 되고 말았다.

  눈이 휘날리는 정자 위에서 그녀가 준비해온 따뜻한 차와 나의 비상식량인 양갱이가 만나 생사를 같이한 동료애를 느끼면서 광령1리사무소 앞까지 16.5km를 걷는 내내 서로에게 감사했다.

  아마도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 올레길 완주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낼 아침 7시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근처 도두동의 도두해수파크사우나 찜질방으로 가던 길에 대한항공에서 내일아침 7시 비행기 결항을 알리는 문자를 받았다.

  다행히도 안방마님의 수요일 까지 몇코스 더 돌고 오라는 명령을 받들어서 다음주 목요일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내일은 꼭 집에 가고 싶었는데, 제주에서의 15박16일을 포함한 총22박23일 동안은 내 맘대로 집에도 갈 수 없는 딱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ㅠ.ㅠ

  찜질방 근처 식당서 제주의 토속음식중의 하나인 몸국으로 점심겸 저녁을 해결하고, 수퍼에 들러 약간의 비스켓과 생수를 사들고 나오다 세차게 불어 닥치는 눈보라에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도두해수파크에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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