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5.
소쇄원의 가을이 시나브로 익어갑니다.
감나무와 모과나무의 열매가 하나둘 땅에 떨어지고 앙상하게 뼈다귀만 남긴 채 겨울을 기다립니다.
자식농사 잘 끝내고, 자식에게 외면받는 가엾은 부모의 모습이 겹쳐 보일 듯 말 듯합니다.
반년 먼저 핀 서부해당화가 내년 봄까지 온전히 피어있기를 소망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냥 바라봅니다.
한여름에 피는 황금꽃이 종자를 맺혀 있어야 하는 시월말에 저리도 활짝 피어있으니, 세상이 참 어수선하기는 어수선한가 봅니다.
줄기와 뿌리가 황금색이라 부르는 황금이 예쁜 보라색꽃을 가을에 보여주니, 겨울을 건너뛰고 봄이 왔으면 하는 나그네의 망상이 들켜버렸나 봅니다.
담양의 상징과도 같은 대나무가 소쇄원에도 숲을 이루고 있으니, 대쪽 같은 선비의 성품이 어지러운 세상을 나무라는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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