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8.
가을이 온 흔적이 아직은 찾기 쉽잖은 백양사 청운당 앞 작은 연못에는 그나마 붉은인동덩굴도 밑동까지 잘려나갔고, 비단잉어들은 떼 지어 노니는데, 어디선가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그동안은 봄이면 서향 향기에 취하고, 서향이 떠나갈 즈음 붉은인동덩굴에서 꽃이 나와 향기를 나눠줬기에, 깊어가는 이 가을에 은목서와 금목서가 꽃을 피우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서향이 떠나고, 붉은인동덩굴이 떠나간 뒤에야 키 작은 금목서에 팔과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듯한 황금빛 작은 꽃이 몽글몽글 피어 나고, 그 향기가 정신을 혼미하게 할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키 작은 금목서에 취해 있다가, 머리 위에서 날려오는 향기의 주인공은 하얀색의 은목서가 주인공인 것을 알았습니다.
문 하나가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더니, 서향과 붉은인동덩굴이 떠나가고, 금목서와 은목서를 만나게 되어 로또 맞은 기분으로 흐릿한 가을 아침을 행복하게 시작합니다.
살다가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곧잘 낙심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기회가 기적처럼 나타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반드시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단순한 이치가 삶을 살만하게 해주는 묘약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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