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3. 12.
어느새 일출 시간이 7시를 밀어내고 6 시대로 진입하니, 하릴없이 봄은 봄인가 봅니다.
어제 오후 봄비를 타고 온 제주의 서귀포는 예상보다 일찍 비가 그치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이른 새벽잠이 깨어 뒤척이다가 여섯 시가 조금 못되어 아직은 인적도 없는 서귀포 시내 중앙로를 지나, 눈이 짓무를 정도로 보고 싶었던 4.3 유적지 소낭머리에 들어서서 전망대에 도착하니, 보목포구 앞 섶섬 주위는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여명과 일출 사이 한 시간 가까운 간격이 오늘 아침은 유독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해돋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찾아왔기 때문이겠지요.
전망대 사각 정자 안에 셀카봉을 세워놓고, 십여분 앞으로 다가 온 해돋이, 비록 정오부터 비예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해가 당당하게 떠 오르길 고대하며 긴장의 시간을 홀로 승화시키며 작은 퍼포먼스를 펼쳐봅니다.
그리고, 마침내 부지불식간에 소망스런 해가 쑤욱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번 제주의 봄 여행은 김포공항에서의 출발지연과 도착시간에 맞춰 내린 봄비가 그치고 시작된 해돋이가 이번 여행의 성공을 알리는 서막의 팡파르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운차게 울려주는 듯싶습니다.
쑤욱 올라온 천애 벌거숭이를 닮은 탐스런 아침해가 우주의 정갈한 기운을 모아 나그네에게 쏟아집니다.
마치 수천만 와트의 강력한 LED 전등을 달아놓은 듯 흠결 없이 완전 무결한 아침해가 시나브로 가슴 벅차게 솟아오릅니다.
이렇게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멋들어진 해돋이로 시작하는 둘째 날 제주의 아침이 예쁘게 열렸습니다.
기대하지 못했던 흠결 없는 완전체 해돋이로 시작하는 제주의 봄 여정을 가슴 설레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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