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13)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Chipmunk1 2024. 1. 25. 11:10

2024. 01. 11.

제주에서도 드물게 동백꽃과 유채꽃이 한 공간에서 1월부터 3월까지 공존하는, 비록 동백꽃은 전성기를 지나가고, 유채꽃은 막 개화를 시작하는 1월이지만, 3월에 유채꽃은 절정을 맞고, 동백꽃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만 나무에 힘겹게 매달려있지요.

위에는 동백꽃과 아래에는 유채꽃이 빨간색 저고리에 노란색 치마를 입은 아리따운 여인네처럼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휴애리 가기 전,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토종닭 전문 식당에서 황칠토종닭샤부샤부(백숙, 내장볶음, 죽 포함)로 조금 늦은 점심을 즐깁니다.

휴애리 입구에서 표를 받는 직원이 유채꽃구경 실컷 하고 오라고 등을 떠밀어, 아직은 꽃이 없는 입구를 지나 유채꽃밭을 향해 잰걸음으로 동백숲과 온실등을 지나고 흑돼지농장을 거쳐 유채꽃밭으로 십 분 정도 걸어 도착합니다.

막 피기 시작한 유채꽃은 아직 까지 중매쟁이 벌과 나비는 거의 보이지 않고, 곧 터트릴 듯한 작고 노란 꽃망울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라산과 야자수 아래 유채들이 무럭무럭 자라 개화의 절정을 맞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세상 어느 곳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천혜의 풍광 속에서 활짝 필 유채꽃을 상상만 해도 뿌듯합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유채꽃밭과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뭉게구름과 따스하게 파고드는 봄기운은 한겨울 속에서 봄을 맞이하는 유채꽃들이, 겨울을 건너뛰고 봄을 영접하자고 예쁜 입을 재잘거리며 봄을 갈구하는 수다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아직 한라산 꼭대기 남벽은 흰 눈에 겹겹이 덮여 쉽사리 봄을 허락하지 않을 듯싶습니다.

유채꽃밭을 되돌아 나오면서 온실의 알록달록한 수국을 다섯 달 정도 일찍 만나봅니다.

넓게 조성한 온실 속의 다양한 수국을 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유월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잠시 불러일으키다 아직 한겨울이라는 현타가 오니, 어서 겨울이 지나고 봄도 지나고 유월이 왔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을 살짝 품어봅니다.

온실 속의 유채꽃은 야외의 작은 꽃망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활짝 피어 반겨줍니다.

온실 속 수국과 유채꽃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콜라보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온실을 나오니, 여름에 수확하는 커다란 하귤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으며 하귤을 풍성하게 주렁주렁 힘겹게 매달고 있습니다.

한겨울에 예쁘게 꽃 피운 꽃양배추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그리고, 유채꽃에 치여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 동백꽃이 나무에서 한번 피고, 땅에 떨어져 한번 피고, 마음속에서 한번 더 핀다는 말처럼, 두 번째로 땅에서 피는 동백꽃이 절정을 맞고 있습니다.

봄의 전령사 산당화(명자 꽃)도 유채꽃에 뒤질세라, 동백나무 아래서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휴애리에서 계절을 망각한 자연과 더불어 유채꽃처럼 환하고 동백꽃처럼 정열적인 아름다운 세상에서 근심 걱정 없이 늘 웃으면서 살고 싶다는 작지만 실현하기 쉽지 않은 열망을 간직해 봅니다.

그리고, 제주의 밤을 날아, 3박 4일 제주의 겨울여행에 종지부를 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