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06.
1박 2일 일정이 2박 3일로 일정이 연장된 것은 본래 계획에 없었던, 집에 올라가는 길에 문경 봉천사와 충주 비내섬을 경유하기로 했기에, 이튿날 저녁 무렵 안동을 출발하기로 했던 최초의 일정대로였으면 문경의 개미취와 충주 비내섬의 억새꽃을 볼 수 없을 듯하여, 안동에서 하룻밤 더 머물고, 전날 저녁 무렵 세차게 내린 비로 촉촉이 젖은 새벽의 월영교를 한 바퀴 돌면서 몇 송이 남지 않은 시월의 안동(애기) 무궁화와 관광정 앞 연못에 마지막 몇 송이 남은 수련이 갑작스러운 추위에 바짝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여유롭게 안동을 출발했습니다.
안동역과 버스터미널을 옮기면서 안동의 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옥동을 출발해서 예천과 점촌, 그리고 상주와 문경 충주까지 연결되는 국도를 타고 1시간 남짓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평야를 지나 산촌마을에 작은 법당 하나 있는 문경의 봉천사에 들어서니,
사방팔방 작은 산촌 주민들이 아담한 사찰과 어우러져 보랏빛 고을을 만들어 놓고, 어떤 사람들은 작년에는 오천 원 하던 입장료를 만원으로 올려 받고 있다고 불만, 주차장이 열악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주민들이 손수 조성한 산골마을 비좁은 땅 위의 비교적 너른 주차장은 축제 기간을 제외하고는 빈 땅으로 놀릴 텐데,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함은 물론이고, 나름 친절하게 주차관리와 안내를 도맡아 하고 있는 주민들의 수고에 나그네는 감지덕지한 마음이 더 컸고,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 주민들의 소박한 모습과 봉천사 법당 옆에서 도토리묵 한 접시와 시원하고 달콤한 약차를 대접해 주니, 입장료 만원에 포함된 산사카페에서의 휴식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나그네가 사바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산촌 사람들만의 순박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봉천사 스님과 산촌주민들 사이에, 일종의 촌사협동(村寺協同)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의기투합(意氣投合)하여 산사와 주민들이 윈윈 하는 결과로 매년 성공적인 개미취 축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주민들의 수고와 산사의 배려에 대하여 방문객들이 최소한의 성의 표시로서 만원을 내고 따스한 정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산사와 주민들과 방문객 모두에게 소확행이라는 선물을 주고받는 떳떳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경 봉천사에서 국도로 90km 정도 북쪽에 위치한 충주의 비내섬은 억새와 나무를 '비(베어)내는 섬'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한국관광공사가 10월 가볼 만한 곳에 ‘충주 비내섬’과 함께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 광주광역시의 무등산, 전남 해남의 남도의 가을, 충남 보령의 오서산 억새 등을 가을여행지 6선으로 선정했다는 최근의 기사를 검색한 나그네가 마치 어릴 적 초등학교 가을소풍에서 보물찾기 쪽지라도 발견한 듯 반색하며 급조한 곳이었지만, 다수의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는 곳이라기에, 극 중에서 본듯한 기억이 있는 듯도 싶은 한적한 자갈과 모래와 진흙이 혼재되고 새들이 노니는 억새꽃이 아름다운 비내섬은,
비록 지난여름 장맛비로 섬이 물에 잠겼던 흔적들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지만, 그 역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듯싶어 봐줄 만했습니다.
무성하게 하늘을 찌르는 억새에 걸린 해를 보면서 비내섬 둘레길을 반쪽만 돌아 나오면서도 오길 잘했다는 행복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여행에서 얻은 보다 성숙된 마음가짐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한층 더 넓어지게 한 것 같고, 마음의 키도 한 뼘은 더 커진 것 같은 뿌듯함으로, 다음 여행 까지는 지난번 여행에서와 같이 사진으로 남겨온 추억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다가, 이쯤이면 됐다 싶을 즈음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여행 일정을 준비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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