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자루 아래에 물고기의 부레와 유사한 둥근 공기주머니가 물 위에 떠받들고 있는 옥비녀처럼 아름다운 꽃이 핀다 하여 붙여진 부레옥잠은 원산지가 중남미 지역인 만큼 추위에 약한 반면 고온에 강한 대표적인 수질정화식물로 이름나 있지만, 중남미와 동남아등 더운 지역에서는 가공할 만한 번식력으로 인해 빠르게 강이나 호수를 빼곡히 뒤덮는 바람에 강이나 호수가 산소와 햇볕 부족으로 시체 썩는 냄새가 날 정도로 강과 호수를 썩게 만들어 골칫거리 풀로 악명이 높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의 부레옥잠은 연못 한 귀퉁이에 늘 비슷한 규모로 잘 관리되고 있어, 역대급 폭염 속에서 연못의 수질정화에 한몫을 당당히 하고 있는 듯합니다.
승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꽃말을 지닌 부레옥잠에게서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중용지도(中庸之道)를 한수 배웁니다.
지나치면 오히려 부족한 만 못하니, 매사에 넘치지 않도록 허세와 탐욕을 멀리하고 겸손하게 살아간다면 살만한 좋은 세상이 될까요?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지 오래고, 중간이 없는 극과 극이 볼썽사납게 충돌하고, 서로 헐뜯는데만 혈안이 되어, 개선하고자 하는 대안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작금의 세태가 걱정스러운 나그네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동남아와 중남미의 호수와 강을 썩게 만드는 골칫거리 부레옥잠이 되도록 수수방관하는 자들을 몽땅 부레옥잠 지옥 아래 수장시켜 버리고, 부레옥잠이 진정한 수질정화식물로서 본연의 긍정적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서로 화합하고 타협해서 바람직하고 살만한 세상으로 바꿔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한 인물들로 넘쳐 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런 연유로,
과유불급하고 중용지도하는 아름다운 부레옥잠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원할 이 시대의 진정한 정도령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으로, 폭염이 한풀 꺾인 팔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기꺼운 마음으로 마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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