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8. 06.
폭염에 아랑곳 않고 지금 체화정은 수백 년을 꿈꿔온 듯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은 심정으로 배롱나무(백일홍나무, 간지럼나무)와 뜨거운 사랑에 빠져있습니다.
그러나, 체화정 턱 밑의 상사화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배롱나무와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고 체화정을 설득하며 은근하게 추파를 던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늦은 봄부터 피기 시작한 백수련은 배롱나무와 상사화에게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체화정의 사랑은 봄부터 가을까지 몽땅 내 차지라고 순수하고 청순한 마음으로 한자리에서 오매불망 기다립니다.
이를 지켜보던 왕두꺼비가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일갈하는 듯, 아직 새벽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수풀 속으로 유유자적 몸을 숨기는, 세상이 온통 폭염으로 지쳐있지만, 한여름 체화정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폭염을 원망하지 않고 더불어 살고 싶은 나그네에게는 포근하고 따스한 어머니의 품속처럼 아늑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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