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8. 06.
지난봄, 개통된 지 어언 20년을 넘긴 국내 최장의 목조다리인 월영교가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선비의 고장이자 그들이 자부하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다운 선비의 면모를 뽐내듯 숨 막히게 뜨거운 여름까지 담담하게 품고 있는 모습이 듬직해 보입니다.
한 달 전, 오랜 가뭄 끝에 허리까지 보이던 물이 폭염 전까지 지루하게 내린 비로 인해 아직 까지 황톳빛 물이 목까지 차있고, 월영교의 반달배도 개점휴업 상태로 흐린 물이 무심하게 월영교를 지나 낙동강으로 흐르고, 주변 카페는 줄을 서서 입장하는 진풍경이 연출됩니다.
겨우 창가에 자리를 잡고, 이곳 카페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달콤 쌉쌀하고 시원한 안동대마라테 한잔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다고, 마냥 카페에만 앉아 있기는 아쉬운 마음에 폭염 속으로 들어가 민속촌 초입의 연못에 설치된 시원한 분수 앞에 서서 간간히 물방울 사이에 무지개가 뜨고, 예쁜 수련이 방긋 웃으며 나그네를 반깁니다.
내친김에 월영교를 건너 월영공원을 찍고 다시 월영교를 건너는데, 바람도 월영교를 건너는지 시원한 바람이 잠깐잠깐 얼굴에 흐른 땀을 식혀줍니다.
월영교는 밤에는 불빛이 물에 투영되어 아름다운 야경을 제공하지만, 태양이 작렬하는 한낮의 폭염 속에서는 누군가가 파란 하늘에 그려놓은 온갖 형상의 구름이 잠시 폭염을 잊게 해 줍니다.
해가 지면 나루터 옆에서 국악공연이 펼쳐질 듯 준비가 한창이지만, 가만히 서 있어도 흐르는 땀에 어쩔 줄 몰라 총총히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겨 월영교의 야경을 포기하고 아쉽지만 폭염 속에 월영교만 남겨놓은 채로 집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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