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20.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는 바로 해발 1,330미터인 만항재라고 합니다.
만항재는 고지대라서 그런지 도심보다 평균 섭씨 5~10도 정도 기온이 낮고 숲이 우거져 다양한 야생화가 뿌리내리기에 적합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계절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야생화의 천국입니다.
여름을 시작하는 칠월의 주인공은 야생화 탐방로 곳곳에서 고운 주황색 얼굴을 하고서 깨금발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고개를 빼고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 동자꽃입니다.
옛날 강원도 깊은 산속 작은 암자에 스님 한분이 조실부모한 아기 동자승을 데리고 살았었는데, 겨울을 맞아 산속에서의 겨울나기 준비를 하려고 동자승을 홀로 남겨둔 채 산아래 마을로 내려갔다가, 때마침 내린 폭설 때문에 암자로 돌아가는 길이 막혀서 며칠 늦어지게 되었고, 홀로 스님을 기다리던 아기 동자승은 허기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안타깝게 숨을 거두니, 스님은 비통한 마음으로 양지바른 곳에 동자승을 묻어 주었는데, 봄이 되어 무덤에 주황색꽃이 피니 동자승의 혼백이 꽃으로 환생한 것이 아닌가 해서 동자꽃이라 부르게 되었고,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의 애타던 마음을 헤아려 "기다림"이란 꽃말을 붙여 준 듯싶습니다.
목을 길게 빼고 스님이 양손에 공양할 곡식과 일용할 생활용품을 무겁게 들고 오기를 학수고대하다가 점점 고개를 떨구고 숨을 거둔 아기 동자승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립니다.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 어쩌면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모름지기 사람들은 누구나가 조금씩 다른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아기 동자승이 엄동설한에 스님을 애타게 기다리듯이, 또한, 스님이 나비로 환생해서 동자승이 환생한 동자꽃을 찾아가듯이,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희망도 조급한 마음에 미리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어느 날 나비가 동자꽃을 찾아 내려앉듯이 우리가 꿈꾸는 희망도 날개를 달고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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