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02.
여름에 꽃을 관람하기에는 이른 아침 시간대가 제격이건만, 사시사철 오전 9시에 개방되는 세미원은 관람객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아 못 마땅하지만, 목마른 자가 샘을 파야하는 형국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장 30분 전에 이미 빈틈이 없어진 주차장과 길게 늘어선 관람객을 보건데, 이곳 세미원은 적어도 연꽃이 만개한 날 만큼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됨을 인정하고 태양이 달궈지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세미원 보다는 24시간 개방된 두물머리 연꽃단지를 선호하는 까닭이 세미원 보다 연꽃이 많아서가 아니라, 해가 올라오기 전에 연꽃을 관람할 수 있고, 강기슭에 자연스럽게 조성된 연꽃 군락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백련이 풍성한 두물머리가 상대적으로 홍련이 주종을 이루는 세미원 보다 백련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두물머리연꽃단지가 더 매력적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아홉 시 정각에 입장권 발권이 시작되었고, 세미원에는 한 순간에 사람 반 연꽃 반 축제 분위기에 찜통더위와 무관하게 곳곳에서 만개한 연꽃에 탄성을 지르며 연꽃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해맑게 웃는 사람들의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박웃음이 팡팡 터지는 것은 무더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해 보입니다.
다만, 셀카봉에 힘들게 매달려서 쉴 새 없이 눌러대는 셧터에 열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햇살이 생각보다 따가워서 그런 것인지,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 온도가 높아 작동할 수 없다고 스마트폰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카메라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 멘트가 뜨고, 그로부터 오분 촬영하고 십 분은 그늘을 찾아 스마트폰을 식히는 과정에 익숙해지고, 늘어나는 자외선 때문인지 피사체가 햇볕에 반사되어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기를 포기하고 대충 감으로 셔터를 누르는 고난(?)의 시간들을 보내는 동안, 뙤약볕이 내리쬐는 연꽃 관람로는 한적해지고 그늘아래 쉼터는 인산인해를 이루어 마땅한 벤치도 차지하지 못하고, 그늘에 잠시 쉬며 선채로 물을 마시고 스마트폰 카메라가 켜지질 기다렸다 다시 꽃들에게 다가갑니다.
장마가 잠시 쉬는 날을 잡아 찾은 세미원의 연꽃축제장은 만족할만한 연꽃의 개화가 있었고, 폭염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연꽃을 즐기는 관람객들의 환한 미소가 잘 어우러진 연꽃과 인화가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였지 싶습니다.
이렇게 연꽃과 함께 시나브로 여름 안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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