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산딸기꽃이 있는 봄

Chipmunk1 2023. 4. 21. 00:00

이른 봄부터 산책로 둑아래 경사지가 말끔하게 단장을 하고 봄을 맞습니다.
작년 봄에 보던 들꽃들이 거의 사라지고, 까까머리 풀밭 위는 깨끗해 보이기는 하지만, 뭔가 잃어버린 듯 휑한 풀밭 위에 잘려나간 풀들의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을 뿐, 봄에 어울리는 봄꽃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행히도 둑 가까이 경사지 끝 부분에 있는 산딸기나무는 건재했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연분홍의 청초한 꽃이 봄비에 촉촉이 젖어 여린 꽃잎이 살포시 수줍게 열고 있습니다.

이렇게 힘겹게 피어난 꽃들이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며, 다섯 장의 꽃잎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꽃들이 얼마 되지 않은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개 남은 꽃잎 위에 호리꽃등에가 내려앉아 꽃가루를 옮겨주는 덕에 여름이 오면 빨간 산딸기가 무던하게 달릴 생각에 살며시 미소를 지어 봅니다.

청아한 빗방울을 힘들게 매달고 꽃잎을 활짝 열어젖힌 채로 봄을 만끽하고 있는 산딸기꽃과 함께 봄의 한가운데에 서서 상큼한 봄이 더디게 지나가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