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 달 당겨와
오월의 꽃이 사월에 만개하니
연홍색 모과꽃도 사월에 활짝 핍니다
못난이 과일 취급받는 모과를
어물전의 꼴뚜기 반열에 세워놓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 했다지요
"시거든 떫지나 말지"라는 속담도
모과가 모티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을이면 노랗게 농익어
좋은 향기가 진동하는 모과지만
육질도 너무나 단단하기에
새들도 즐겨 먹지 않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긋한 모과차나 모과주는
삭막한 한 겨울에 작은 위안을 안겨줍니다
어찌 보면,
홍련을 연상시키게 하는 모과꽃은
개성 있는(못난이) 열매를 맺기 위해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잊지 않고 한 달 먼저
우리 곁으로 와주었는지도 모릅니다
만개한 모과꽃이
빗방울을 못 이기고 떨어지고
바람에 못 견디고 떨어질 즈음
봄도 우리 곁을 훌쩍 떠나가버리겠지요
지금부터 내리는 비는
연홍색 모과꽃을 피해서
소박한 모과나무 잎에만 내렸으면,
봄비를 데려오는 바람은
연약한 모과꽃잎을 외면한 채
모과나무줄기를 살짝 스치고 지났으면......
모초록 청순한 연홍모과꽃이
봄과 함께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기를
모과나무꽃이 피는 계절에
간절함으로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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