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충혜왕 때 문신이자 안향(安珦)의 제자인 매운당(梅雲堂) 이조년(李兆年)의 다정가(多情歌)는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은하수가 흐르는 자정 무렵, 달빛에 비친 배꽃이 희다)"로 시작됩니다.
아그배나무 꽃도 배꽃 못지않게 하얗기에 이조년의 다정가 첫 구절을 인용해 본 것인데, 아그배나무는 이름만 배나무이지, 실상은 배나무라기보다는 사과나무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본래 '아그배'라는 이름은 꽃사과 보다 작은 열매가 배처럼 노란색을 띠고 있기에 '아기배'라 부르다가 점차 아이배를 뜻하는 방언인 아그배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그배나무와 꽃사과나무의 꽃은 너무도 흡사하게 생겨서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그배나무의 줄기는 비교적 매끈한 것이 마치 자작나무처럼 늘씬하고 매끄럽게 뻗어 있어 피부가 고운 여성에 비유된다면, 꽃사과나무는 소나무 줄기처럼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매끄럽지가 않아 피부가 거친 남성에 비유해도 괜찮을 듯싶기에, 비록 꽃의 생김새로는 구분하기 어려워도 나무를 보면 어렵지 않게 아그배나무꽃과 꽃사과나무꽃을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꽃이 얼마나 하얗으면, 달빛 아래서 조차도 하얗게 보인다 노래했을까요?
별로 각광받지 못하는 열매지만, 열일하는 벌 덕분에 올여름엔 아그배나무에, 비록 작지만 배를 많이 닮은 노란 아그배가 풍성하게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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