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16

봄비 빗방울을 잔뜩 머금은 백양사의 산앵도나무 꽃

2025. 04. 14.지난 며칠간 미뤘던 봄이 제자리를 찾아오려는 듯, 봄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고, 간밤에도 내리던 봄비가 조금 잦아들어 사흘 전부터 막 개화를 시작하던 백양사 청운당 앞 작은 연못가의 산앵도나무 (산앵도나무와 이스라지는 엄격하게 구별하면 산앵도나무는 진달래과로 꽃은 연분홍색이고, 이스라지는 장미과로 꽃은 대체로 흰색이므로, 서로 다르지만, 같은 종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편의상 이스라지와 산앵도나무의 꽃을 특별히 구별하지 않았음) 꽃의 개화 상황이 궁금하여, 약수천 입구 주차장에서 한 시간여 비가 잦아지기를 기다리다가, 산앵도나무 곁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해 약수천을 따라 지난 며칠간 내린 봄비로 수량이 풍부해진 쌍계루 앞 약수천의 봄비 머금은 돌다리를 조심조심 건넙니다. 개..

봄 이야기 2025.04.22

꽃잔디에 맺히는 빗방울

2025. 04. 12.봄이 서둘러 떠나가려나!봄비가 바짝 마른 대지를 적시고,막 피기 시작한 마당의 꽃잔디 위로봄비가 조용히 떨어집니다.이 비가 내리고 나면,봄이 며칠이나 남으려나요?늦장 부리면서 찾아온 봄이너무 일찍 떠나가는 것은 아닌지여름이 일찍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괜스레 구시렁구시렁 봄비에 흠뻑 젖은 꽃잔디를 보면서봄이 조금 더 있다 갔으면 하고 괜스레 구시렁댑니다.

봄 이야기 2025.04.12

새벽비에 영산홍 활짝웃다

한주 전 열심히 심었던 영산홍 스무 그루 엊저녁 축 쳐져있는 모습이 안쓰럽지만아침비 예보 소식에 바라만 보고 있다가자정이 지날 즘 비 오는 소리에 나가보니반가운 봄비가 영산홍 꽃잎에 떨어지고날이 밝기 무섭게 마당으로 내려가 보니빗방울을 머금은 영산홍이 활짝 웃으며미처 터뜨리지 못했던 꽃몽오리 까지도남김없이 터뜨리며 봄비를 즐기는 아침빗방울에 절대 굴하지 않고 꽃잎에 맺힌 영롱한 빗방울이 구슬처럼 매달려 있고종일 비가 오고 난 뒤 촉촉이 젖은 땅에영산홍 아가씨들이 예쁜 꽃을 오래도록피우면서 산뜻하고 싱그러운 봄 마당을오래오래 차지해 주길 소망해 보는 아침

꽃 이야기 2024.04.29

봄비 속의 안동 월영교 야경을 즐기는 나의 단상(斷想)

2024. 04. 20.봄비가 추적추적 하루 종일 쉼 없이 내리지만삼삼오오 주말 저녁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월영교에 가면서 이렇게 비가 오면 사람들도뜸하지 않겠는가 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가한순간에 깨져버리는 데 걸린 시간은 순식간참 많은 사람들이 우산 들고 혹자는 비옷 입고정담을 나누며 비와는 무관하게 사진도 찍고안동시민들이 모두 몰려나온듯한 혼잡함이불편하기보다는 함께 어울리는 멋진 풍경에한껏 고무되어 월영교를 경쾌하게 걷습니다심지어는 우산을 받고 형형색색 반달배 타고월영교 교각을 왕복하며 화려한 밤을 만들고잠시 시름을 잊어버리고 주말을 맘껏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에서 행복이 보이고그리 큰 걸 바라지 않는 소시민들의 소박함을제대로 지켜주는 펑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여행 이야기 2024.04.28

거미줄 통해 본 빗속의 야경

2024. 04. 20.종일 봄비가 밤까지 내리는 안동 월영교 봄비에 집이 망가져도 쉬지 않고 또 짓고 고단함을 모르는 듯 분주하게 움직이고 집을 비운채 빗속에 먹이를 찾아 나서는 거미의 봄은 고단하기만 한 비 내리는 밤거미에다 초점을 맞추면 야경이 뿌옇고 야경에 초점을 맞추면 거미가 사라지는 아이러니가 나의 삶과 엇비슷하다 싶다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외눈박이가 되어 다른 하나는 놓치기 십상인 복잡다단한 일상에서 잠시 떠나온 비 내리는 월영교 거미줄을 쳐놓고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거미는 절박하건만 빗속에서 거미집은 텅 빈 채로 파리 한 마리 걸려들지 않는다 어찌 보면 거미에겐 비 내리는 암울한 밤 거미줄을 통해 보이는 황홀한 밤풍경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를 평생 쫒..

여행 이야기 2024.04.27

만항재(晩項齋)의 얼레지꽃

2023. 04. 26.지리산에는 천은사에서 시작되는 해발 1102미터 높이의 성삼재를 자동차로 갈 수가 있고, 한라산에는 어리목탐방로와 영실탐방로 사이를 자동차로 지날 수 있는(혹은 제주시에서 서귀포 중문을 연결하는) 1100로의 정상에 1100 고지가 있지만,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와 태백시 혈동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함백산에 위치한 해발 1,330m에 도로 경사가 10%로 매우 가파른 만항재(晩項齋)라는 고갯길입니다. 만항재는 천상의 화원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닐 정도로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야생화가 풍성하게 피어나고 이른 아침이면 안개가 밀려들어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멋진 곳이기도 합니다.주로 높은 산에서 서식한다는, 잎..

꽃 이야기 2023.04.30

비를 애타게 기다리는 봄

2023. 04. 21.겨우 2~3일 동안 미세먼지로 부터 자유롭더니 오늘 또다시 황사와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을 거라는 예보가 나옵니다.이미 서해안과 내륙일부는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아침을 시작합니다.제주공항도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시계제로 현상이 목도되고 있습니다.모쪼록 오늘 하루만이라도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우주를 개발한다고 하는 첨단 우주과학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아직 까지는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그중 하나인 미세먼지와 세균은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또한, 봄철 꽃가루등으로 부터의 고통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미세먼지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야 극복되고 세균은 수많은 희생을 겪어 면역을 키워야 피해 갈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세균들..

봄 이야기 2023.04.22

소천지의 새벽을 여는 봄비

2023. 03. 23.봄비 내리는 흐릿한 새벽 여명은 온 데 간데없고 제주의 푸른 새벽 저편엔 문섬이 또렷하게 나타나고 서귀포항에는 밤새 조업한 고기잡이 어선들이 통통통 멀리서 불빛을 밝혀대고 고단한 어부들은 아침을 맞는다.동쪽으로 보이는 보목포구 앞 섶섬에 걸린 신비한 비구름이 여명을 대신해 새벽을 깨우고 소천지의 아침이 시작되면서 제주여행 마지막 날이 밝는다.소천지 맑은 물에 어렴풋이 데칼코마니가 만들어지고, 겹겹이 복잡해진 구름아래 왼쪽 반이 잘려나간 문섬과 서귀포항의 어선들을 넘어 법환포구 앞 범섬이 정겹다.한라산을 넘어오려던 태양은 검은 비구름에 갇혀 빛을 잃고 에메랄드빛 소천지 바다 위에 빗방울이 작은 파문을 일으켜 조용히 소천지 새벽문을 연다.

제주도 이야기 2023.04.19

💐수선화의 간절한 소망💐

새벽부터 기다리던 봄비가 드디어 살짝 창을 적시고, 수선화가 두 팔 들어 반깁니다.언제부턴가 중간 없는 현실세계에 내동댕이 쳐진 느낌이 들고중용지도(中庸之道)의 덕은 온 데 간데 없어져 극한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승자독식이 미덕이 된 지 오래됐지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막 내리기 시작한 봄비가 봄가뭄을 극복하게 하고 만물이 소생하기에 적합한 단비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봄비가 심하게 내리면 풀이 죽을지도 모르는 봄꽃들이 살짝 걱정되지만 착한 봄비가 되길 소망합니다.봄꽃이 많이 상하지 않도록 젠틀하게 종일 내려주기를 수선화가 간절한 마음으로 봄비를 영접하는 아침입니다.

꽃 이야기 2023.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