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16

복사꽃 필 무렵 봄비는 내리고, 꽁꽁 얼어붙어있던 마음속에도 불현듯 따스한 봄이 찾아옵니다

보름 전쯤 협재해변서 만났던 흐드러지게 피던 북사꽃이 이제는 우리 동네에서도 한두 송이씩 피기 시작합니다 빗속에 흠뻑 젖으며 봄의 절정으로 치닫고 기온은 들쑥날쑥 올랐다 내렸다 이러다 얼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이제는 봄을 거역할 수는 없겠지요 미세먼지는 봄비를 타고 오는지 최악으로 치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홍색 복사꽃이 세상을 봄으로 바꾸고 있기에 내일은 얼마나 피어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가득합니다쭈빗쭈빗 진분홍색 작은 꽃망울로 시작해서봄비에 조금씩 꽃잎을 열기 시작하더니어느새 활짝 핀 아이도 있고 아직 단단한 꽃망울인 아이도 있고 조금씩 꽃잎이 벌어지고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하물며 복사꽃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에 나오는 시기가 일정치 않거늘 모두가 최고가 되고자 애쓰는 세상 사람들의 몸부림..

꽃 이야기 2023.04.07

유채꽃와 튤립이 봄비 속에서 세찬 바람을 견뎌내고, 봄은 바야흐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보롬왓 바깥 풍경을 천천히 음미해 봅니다

2023. 03. 22.'보롬왓'은 '바람이 부는 밭'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입니다. 어찌 보면, 제주는 제주도로 불리기보다는 탐라라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듯한 독특한 언어와 풍습이 뭍과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섞인 듯 섞이지 않는 고유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바다를 사이에 두고 보존되고 있는 양파와도 같은 곳이란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의 가성비가 떨어진다 하여, 가까운 해외로 물밀듯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가성비가 조금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어차피 여행이라는 것은 편히 쉬고자 하는 휴식과 편안한 관광의 목적도 있겠지만, 계절 따라 바뀌는 자연과 벗하여, 비가 내리면 비도 맞고, 햇볕이 따가우면 땀도 흘려가면서, 걷기도 하고, 그늘에 쉬어가면서..

제주도 이야기 2023.04.05

사려니숲길의 봄비는 상큼했고, 새소리는 정겨웠지요

2023. 03. 21정확히 7년 전 3월, 봄비 맞으며 걸었던 추억의 숲길. 그날 이래로 사계절, 각각 두 번 이상 걸었던 그 길을, 특히, 봄의 사려니숲길을 이번까지 네 번째 걸었네요. 예쁘게 내리는 빗소리를 동무 삼아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에 끌리어 무아지경의 세계로 빠져듭니다.언제나처럼 비자림로입구보다는 붉은오름입구에서 시작된 사려니숲길은 깔끔한 무장애 나무테크길 다음정겨운 미로숲길을 지나면서 약간 오르막으로 연결되는 팥죽색 붉은오름길을 만납니다. 보기에는 진흙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진흙처럼 신발에 달라붙는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빗속에서도 전혀 질퍽거림이 없이 모래 위를 걷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에 비 오는 날 사려니숲길을 걷는 것은 정말 특별합니다.비 오는 날 걷는 오솔길은 빗소리와 새소..

제주도 이야기 2023.04.02

봄비 내리는 한라산 1100고지 탐방로에도 봄이 왔네요

2023. 03. 21.지난겨울 폭설로 통제됐었던 그 길이 통제는 풀리고 눈대신 비가 내립니다 백록담이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날은 아닐지라도 봄비가 상큼하게 내리고 햇볕 없이 따스한 봄기운이 스멀스멀 온몸을 휘감는 이른 아침의 천백고지 탐방로 데크길이 봄비에 젖어 있네요노루가 뛰어놀던 탐방로 내 습지에는 누런 풀 사이사이에 초록풀이 자라고 봄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산딸나무 가지에서 새순이 살포시 일어납니다봄비에 흠뻑 젖은 새싹들이 빗방울을 욕심껏 품에 안고 초록색 잎을 만들어 가면서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천백고지도 봄비에 어쩔 줄 몰라 봄을 맞이합니다.

제주도 이야기 2023.04.01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미세먼지의 공습을 피해 떠난 제주도 여행 스케치 IV🌈

2021. 04. 02. 40년 전 서부역에서 입석 목포행 야간열차인 비둘기호를 타고, 다시 목포항에서 도라지호를 타고, 집 떠난 지 2박 3일 만에 제주항에 첫발을 내디뎌, 첫 번째 찾았었던 함덕 해수욕장은 제주에 올 때마다 훈장처럼 늘 가슴 한편에 설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함덕해수욕장에서 김녕으로 넘어가는 서우봉 중턱에는 언제부턴가 수려한 말 몇이 지키고 있어 더욱 정겹다. 비를 머금은 세찬 바람을 앉고 오른 서오봉 꽃밭에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노란 유채꽃과 보랏빛 무꽃이 만발해 있었다. 뒤이어 바람이 몰고 온 비구름 사이에서 후드득후드득 비가 시작되나 싶더니, 우산이 소용없을 정도의 세찬 바람이 비를 가로 방향으로 뿌려대기 시작했다. 서우봉 아래 함덕의 바다는 더욱더 성난 괴성을 지르면서 함덕 ..

제주도 이야기 2022.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