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4. 20.
종일 봄비가 밤까지 내리는 안동 월영교
봄비에 집이 망가져도 쉬지 않고 또 짓고
고단함을 모르는 듯 분주하게 움직이고
집을 비운채 빗속에 먹이를 찾아 나서는
거미의 봄은 고단하기만 한 비 내리는 밤
거미에다 초점을 맞추면 야경이 뿌옇고
야경에 초점을 맞추면 거미가 사라지는
아이러니가 나의 삶과 엇비슷하다 싶다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외눈박이가 되어
다른 하나는 놓치기 십상인 복잡다단한
일상에서 잠시 떠나온 비 내리는 월영교
거미줄을 쳐놓고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거미는 절박하건만 빗속에서 거미집은
텅 빈 채로 파리 한 마리 걸려들지 않는다
어찌 보면 거미에겐 비 내리는 암울한 밤
거미줄을 통해 보이는 황홀한 밤풍경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를 평생 쫒던
젊은이는 머리 위에 하얀 눈을 덮어쓴 채
찬란했던 세월의 뒤안길에 홀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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