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4. 02.
40년 전 서부역에서 입석 목포행 야간열차인 비둘기호를 타고, 다시 목포항에서 도라지호를 타고, 집 떠난 지 2박 3일 만에 제주항에 첫발을 내디뎌, 첫 번째 찾았었던 함덕 해수욕장은 제주에 올 때마다 훈장처럼 늘 가슴 한편에 설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함덕해수욕장에서 김녕으로 넘어가는 서우봉 중턱에는 언제부턴가 수려한 말 몇이 지키고 있어 더욱 정겹다.
비를 머금은 세찬 바람을 앉고 오른 서오봉 꽃밭에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노란 유채꽃과 보랏빛 무꽃이 만발해 있었다.
뒤이어 바람이 몰고 온 비구름 사이에서 후드득후드득 비가 시작되나 싶더니, 우산이 소용없을 정도의 세찬 바람이 비를 가로 방향으로 뿌려대기 시작했다.
서우봉 아래 함덕의 바다는 더욱더 성난 괴성을 지르면서 함덕 해변을 하얀 파도로 덮어버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함덕해안을 멀리서 감싸 안고 있는 듯한 한라의 웅장한 모습이 비 오는 흐린 날에도 꼼짝 않고 서우봉을 내려다보고 있고, 서우봉의 유채꽃밭은 3층 계단을 빼곡히 채운 채로 함덕의 거센 해풍에 많이 흔들렸지만, 결코 부러지지는 않았다.
가냘프지만 유연한 유채꽃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꺾이기 전까지는 융통성 있게 세상을 살고 싶다는 지인이 생각났다.
바다와 제일 가까운 곳에 피어있는 첫 번째 계단의 유채꽃밭에서 함덕해변을 내려다보노라니, 유채꽃이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착각이 들게 했다.
비록, 세찬 바람과 옆으로 날아오는 날렵한 봄비에 떠밀려서 그리 오래 머물지 못한 채, 미련이 남는 서우봉에 등을 돌리고 내려오면서, 서우봉의 가을 정원에 코스모스와 해바라기와 노란 금국화와 황화코스모스가 가득할 꽃대궐을 머릿속으로 마음껏 그리며, 봄비 내리는 제주의 봄을 함덕 서우봉에 그대로 남겨 두고 제주를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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