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미세먼지의 공습을 피해 떠난 제주도 여행 스케치 III🌈

Chipmunk1 2022. 12. 25. 06:28

2021. 04. 01.

올레길의 첫 번째 완주를 목전에 두고, 올레길에 올인하던, 2016년 3월 초, 봄비로 인해 올레길 걷기를 잠시 멈추고, 올레길 걷는 대신에 처음 사려니숲길을 찾았었다.

그리고, 이번에 여섯 번째 사려니숲길을 찾아왔지만,

사려니숲길은 여전히 붉은팥 같은 타다가 남은 화산재가 마치, 폐타이어로 만든 동네 산책로와 흡사하게 곱디고운 팥빛깔의 붉은 색감이 사라짐 없이 더욱더 붉은빛을 발할 뿐,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이 한결같아 반가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은오름 초입에 공원의 산책로처럼 잘 가꾸어놓은, 처음 찾았을 때는 없었던 나무데크길이 한층 돋보였고, 노약자나 장애인들과도 붉은오름사려니숲길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고마웠다.

다만, 올레길 대신 처음 걸었었던 사려니숲길이 두 번째부터는 제주도의 최애 명소가 되었다는 것과, 나의 머리에 탈모가 심해지고, 머리색도 하얗게 변하고, 세월 이기는 장사 없듯이 나이 듦을 피할 수 없음이, 고려말 삼은 중의 한분이신 야은 길재 선생의 시조에서 "인걸은 간데없고 산천은 의구한데"라는 시구가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데크길을 다 지나고 미로숲길을 지나 정감 있게 잘 꾸며놓은 오솔길을 걸으면서, 속세와 단절하고 초연하게 자연과 벗하고 사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자연을 찾을 때면 늘 찾아오는 상념에 또다시 빠져든다.

거기에다, 원점 회귀하도록 만들어 놓은 삼나무 산책길은 한 바퀴 크게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으니, 갑자기 철학자가 되어, 인생을 공수거 공수래라 부르는 의미를 이곳에서 잠시 느껴본다.

인적이 뜸한 숲 속에, 돌로 울타리를 쳐놓은, 누군가의 무덤처럼 보이지만, 묘비가 없으니, 묘지의 주인도 후손도 알 수 없어 조금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전에 보이지 않았던 곳이 이제는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원치 않던 은퇴를 하고, 홀로 세상에 내동댕이 쳐진 것 같은 쓸쓸하고 외롭고 호젓해진 마음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붉은오름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약 5.4km 정도 떨어져 있는 숲길의 정상에 위치한 물찻오름입구를 뒤로하고, 조금 아쉽게 여섯 번째 사려니숲길의 탐방을 갈무리했다.

최악의 미세먼지를 뚫고 제주에 입도하여, 이틀연속 강행군을 하였기에, 오전 내내 호텔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516 도로를 넘어 비자림로를 지나, 어느새 단골이 되어버린 교래손칼국수집에 도착해서 푸짐한 닭칼국수 한 그릇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났더니, 물찻오름입구에서 비자림로 입구까지 갔다가 고통 편이 편치 않은 비자림로에서 붉은오름사려니입구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될 듯싶어, 물찻오름입구에서 붉은오름입구로 되돌아 나오니, 제주여행 세 번째 스케치는 사려니숲길 붉은오름에서 마침표가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