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을 품고 온 13호 태풍 링링을 뚫고 서초동 법원예식장을 다녀왔다.
생각했던것 보다 비도 바람도 심하지 않은 시간대에 다녀와서 안도하는 마음으로 TV 뉴스특보를 통해 집채만한 파도를 보고 있노라니, 갑작스런 태풍에 사지를 넘나들었던 4년전 필리핀 화이트비치 섬을 탈출했던 그 때가 오버랩된다.
해상 경찰의 눈을 피해 불법으로 거액의 뱃삯을 내고 섬을 탈출하던, 마치 전쟁난민 같았던 그 때가 추억이 되었다.
현지 해상경찰에 적발되면서 실패했던 1차 탈출을 떠올리자니, 절박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 다시금 놀랐던 가슴을 가만히 쓸어내린다.
오토바이꾼들의 낡을대로 낡은 오토바이 뒤에 타고, 산을 넘어 섬 반대편 정글을 가로질러 날개달린 배를 타고 겨우 섬을 탈출해서 선착장과는 많이 떨어진 야트막한 바다의 한가운데서 가슴까지 차오르는 바닷길을 헤쳐나오던 그 시간이 아스라이 기억 저편에서 태풍에 대한 끔찍한 트라우마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자연이 때로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깨달음 뒤편에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2학년때 겪었던 금강지류의 범람으로 강물이 집에 가득찼었던 그 때가 또다른 자연의 공포스러움에 대한 트라우마로, 성인이 된 이후로는 절대로 지대 낮은 곳에서 살지 않게되었다.
이렇듯, 자연은 겸손하지 않은 인간들을 심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시간에도 화마에 휩싸여있는 반대편 지구의 허파와도 같은 아마존과 허리케인으로 초토화가 된 바하마의 재난을 보면서, 자연이 때론 지나친 탐욕과 겸손하지 않은 인간을 벌한다는 생각도 해본다.
태풍 링링을 보내면서, 자연 속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즐기되, 겸손한 자세로 자연을 바라보는, 자연에 순응하는 선한 삶을 살아내야 하지않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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