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씩 늦어진 일정이 결국은 서오봉의 멋진 해넘이 맞이를 온전히 허락하지 않았다.
해넘이 끝자락을 겨우 서오봉 오르기 직전 함덕해수욕장에서 잡고, 뛰듯이 서오봉을 한달음에 올라 노을진 함덕해안과 멀리 한라산 까지 선명하게 가을 밤의 황혼을 선물했다.
2% 부족했지만, 완전히 다 차버린것 보다는 다음이라는 여운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서우봉 중턱에 서있는 팔각정 뒤편 드넓은 산중 평야에 누가 지어놓았는지 화려하지만 아기자기한 꽃대궐이 누군가가 초대한 손님들로 가득했다.
부지불식간에 나도 한자리 차지하고, 노을이 꽃인지 꽃이 노을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연신 셀카봉을 한곳에 고정시키지 못한 채로, 신비로운 털보아저씨의 꽃대궐에 놀러온 아이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서우봉의 꽃잔치에 흠뻑 빠져 어느새 한시간 가까이 혼자보기 아까운 장관들을 빠짐없이 담고 싶은 욕심에 한마리의 사슴처럼 이리뛰고 저리뛰고 동분서주하며 함덕의 서우봉에서 행복한 가을 저녁을 맞았다.
입추가 지난지도 어느새 한달, 동지를 향하는 햇님의 발걸음이 너무 빨라진 시월의 끄트머리가 못내 아쉬웠다. 이제 겨우 오후 여섯시가 가까워졌을 뿐인데, 서둘러 서우봉을 내려와 제주국제공항으로 달릴 요량으로 잰걸음이 주차장으로 향했다.
저녁 7시 반쯤 급하게 서울을 다녀온 친구를, 이른 아침에 해장국 한그릇을 먹고 헤어졌던 공항 2층 출국장에서 다시 만나, 2년전 사월 어느날 찾았었던 중문의 어느 토속음식점에 전화예약을 하고 일주도로를 시원하게 내 달려 그 때 맛있게 먹었었던 커다란 통갈치조림 한상을 받고, 멋진 제주의 삼일째 가을밤을 행복하게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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