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사려니숲길을 걷다

Chipmunk1 2016. 3. 5. 23:00

2016. 3. 5(토)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된 카레밥으로 아침을 마치고, 우산을 빌려서 여유로운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몇일전 부터 3월5일 토요일은 전국적인 비 예보가 있었기에, 특히, 제주지방은 폭우를 동반한 강풍 예보가 되어 있기에 주저없이 빗길에 무리해서 올레길을 가는건 아니라는 판단으로 하루 쉬기로 마음 먹고, 산책코스를 남원과 제주 중간쯤 있는, 만나는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던 사려니 숲길로 정했다. 다행스렵게도 게스트하우스에서 1시간 이내에 위치해 있었다.

 

      붉은오름에서 시작되는 사려니숲길은 입구 부터 태고의 신비를 느끼게 했다. 빽빽한 삼나무의 밀림은 이곳이 21세기의 제주인지 5000년전의 제주인지 잠시 시공을 멈춰서게 하였다.

 

  가끔 노루가 나타나 흰엉덩이가 빠져라 줄행랑을치는 모습이 깜찍했다. 이 친구들 동작이 얼마나 민첩한지 단 한장의 사진도 찍을 기회를 주지 않아 못내 아쉬웠다.

 

  10km의 숲길을 걸으면서 손 꼭잡고 다정히 걷는 커플들이 여기저기 점점 눈에 들어왔다. 마치 연인의 숲길과도 같았다. 왠지 홀로 걷는 사색의 시간이 쓸쓸함으로 점철되어 봄비로 촉촉해진 몸과 마음을 더욱 젖게 만들었다.

 

     마지막 500m를 남겨놓고 제법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온길을 되돌아 가기에는 조금 무리일듯 싶어 안내소를 지나쳐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겨 숙소가 있는 남원읍사무소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열개의 코스가 남겨진 올레길을 완주한 이후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곳곳에 산재해 있는 청정 숲길들과 80km의 한라산 둘레길에 도전해보고 싶어 졌다.



 

 

*사려니의 어원은 오름의 정상에 이루어진 분화구가 북동쪽으로 비스듬하게 트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추측하고 있으며, 옛 지도의 표기는 사련악이다. 제주시 봉개동의 비자림로에서 시작되는 사려니 숲길은 삼나무숲이 우거진 1112번 지방도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서식하고 있다. '제주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로 훼손되지 않은 청정 숲길로 유명해 특히 트래킹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