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11.

내장산국립공원 백양사지구에는 백양사를 비롯해서 백양사에서 10분 거리 가까이에 있는 천진암과 경치가 수려하고, 백양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약사암등 암자가 여럿 있는데, 약사암 가는 비자나무 숲길 길목에서 부처님 오신 날 준비를 위함인지, 대형공사가 진행 중이라, 약사암은 다음 기회에 가기로 하고, 천진암으로 향합니다.
나그네가 즐겨 천진암으로 가는 길은 백양사에서 쌍계루 앞을 지나, 비록 비자나무 숲길로 이어진 약사암 가는 길만은 못해도 커다란 비자나무가 우뚝 서있는 숲길을 이용하고, 내려올 때는 약간 경사진 천진암 대웅전과 거의 일직선으로 연결된 백양자연관찰로를 이용합니다.
백양사에서 천진암으로 가는 길은 조금 경사가 있기에, 여유 있게 혹시 못 보던 들꽃들이 피어있지는 않은지 두리번두리번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제비꽃과 현호색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산기슭 한쪽에 짙은 보랏빛 금창초가 작은 군락을 이루고 그늘에 숨어 수줍게 피어있습니다.
수년 전, 약수천변에서 봤던 금창초를 천진암 가는 길 산기슭에서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어찌나 반갑던지요.

천진암의 사리탑 사이에 우뚝 서있는 아담한 대웅전 주변에는 흰민들레가 제법 자리하고 있습니다.
꽃받침이 꽃을 감싸고 있는 형태의 토종 노란 민들레 보기가 쉽지 않은 요즈음, 천진암에서 자생하는 흰민들레는 토종민들레가 분명하기에 반가운 마음에 보이는 대로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나오는 '맨드라미'는 흰민들레의 방언인 '맨드래미'가 맞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민들레가, 밟아도 죽지 않는 민들레의 속성이, 국가의 근간을 이루고, 수백 수천 년을 지켜온 민초들의 은근하고 끈기 있는 강인함을 내포하고 있는 듯싶어, 오죽하면 '민들레영토'라는 카페까지 생길 정도로, 민들레는 한번 터를 잡으면 좀처럼 터를 뺏기지 않으려고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손으로 뽑을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자리를 잡고, 부단히 씨를 통한 번식을 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식물이기에, 노란 서양민들레가 대세가 되어버린 봄에,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서식한다는 귀한 토종 흰민들레를 천진암 대웅전 주변에서 만나, '행복한 마음', '순수한 사랑'이란 꽃말처럼 잠시나마 순수한 사랑의 행복한 시간을 갖습니다.

흰민들레 사이사이에 귀여운 애기봄맞이 꽃이 꼬물꼬물 세상 구경에 나섭니다.

천진암 대웅전 아래 경사로 돌계단을 내려오면 조릿대가 점점 영토를 넓혀가는 백양자연관찰로 가 반갑게 하산 길을 안내해 줍니다.

무심코 내려가던 발걸음이 막 개화를 시작한 괭이눈 군락이 이어지는 관찰로 중간에서 멈춰 서고, 씨앗의 모양이 고양이눈을 닮았다 하여 괭이눈이라 붙여진 이름이 무색하게, 마치 십여 년 전에 구입했던 자동차의 전조등 같은 느낌과 정말 작은 네모난 꽃 속에 열개쯤 되어 보이는 수술과 중앙의 연한 암술까지 신비로운 자연에 거듭 찬사를 보냅니다.
괭이눈보다는 우아한 금전고엽초(Golden saxifraga)가 더 잘 어울릴 듯싶은 괭이눈은 '순간의 아름다움'이란 꽃말만큼이나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빼고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 듯합니다.
들꽃이 풍성한 봄이 천천히 지나가길 소망하며 백양사 천진암 가고 오는 길의 들꽃 탐방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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