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13.

전라북도 특별자치도가 제1호로 지정한 지방정원인 정읍의 구절초 지방정원의 가을은 구절초 축제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명소이지만, 축제기간 이외에는 입장료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이 무색하게도 너른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량이 단 한 대도 없이 한산하기 그지없는데, 눈발까지 휘날리는, 봄을 시샘하는 심술쟁이 4월은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잔인한 4월로 느껴질 정도로 썰렁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구의 멋들어진 수양매화 무리가 수려하게 만개하여 나그네를 반겨줍니다.

전망대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정원의 한반도지형 연못이 덩그마니, 꽃잔디가 듬성듬성 자리한 넓은 정원에 그나마 적막감을 줄여 주는데 한몫을 단단히 합니다.

구절초축제가 시작되는 가을에는, 손님맞이에 분주한 장터가 되는 공터 뒤로 보이는 구절초 출렁다리가 나그네를 기다리는 듯싶어 한달음에 달려갑니다.

인적이 끊긴 지 오래인 듯싶은 구절초 출렁다리를 두어 번 여유 있게 왕복하면서, 황량해만 보이는 건너편 산등성이 구절초 정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보통의 구절초 꽃보다 한 달은 늦게 개화하는 자홍구절초 꽃을 찾아 방문했었던, 어느새 5개월을 훌쩍 넘긴, 작년 11월 6일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앞으로 7개월 후면 다시 만날 수 있을 아름답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한 자홍구절초 꽃 생각에 절로 행복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구절초 출렁다리를 내려와, 지금은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백일홍과 댑싸리로 가득한 정원을 지나면서 길옆에는 어느새 쭈빗쭈빗 돌단풍이 수줍게 피어나는 모습이 봄이 왔음을 알게 해 줍니다.

그런데, 구절초지방정원을 돌아 나오는 인공폭포 옆, 50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오솔길 양옆에는 순백의 조팝나무가 만개해서 세차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리며, 구절초가 없는 구절초 지방정원의 봄에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모르긴 몰라도 5월 중순 까지는, 조팝나무의 하얀 꽃이 구절초가 없는 구절초 지방정원을 환하게 밝혀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에다, 조팝나무 보다 키가 큰 산수유가 만개한 노란 꽃으로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노란 유채꽃과 하얀 벚꽃이 어우러지는 제주도의 봄이 가시리 녹산로에 있다면, 구절초가 없는 정읍의 구절초 지방정원의 봄에는 하얀 조팝나무 꽃과 노란 산수유 꽃이, 제주도 가시리 녹산로의 유채꽃과 벚꽃의 조합 못지않은, 상춘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새로운 봄의 명소인 '조팝나무와 산수유 오솔길'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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