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꽃샘추위 피하려다, 한파와 조우하다

Chipmunk1 2025. 3. 18. 02:54

2025. 03. 16.

꽃샘추위를 예견하고, 달포 전에 여행일정을 세웠던 건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꽃샘추위가 시작되는 날, 김포공항을 출발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춥더라도 제주도는 봄날 같을 거라 안일하게 생각하고, 겨울옷이라고는 달랑 기모난방 하나, 나머지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벼운 봄 옷들로 챙겨 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소심함이 최소한의 방한용품은 챙겨 올 수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다.

3년 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500 ㎍/㎥(마이크로그램 퍼 세제곱미터)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통에, 급하게 제주에 왔던 2022년 3월 31일, 제주도는 미세먼지 지수가 1,200 ㎍/㎥를 초과하여 잠을 자면서 마스크를 해야 했던 웃픈 추억을, 이번에는 꽃샘추위가 대신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살짝 되긴 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김포공항을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별 탈없이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륙해서 안정적으로 비행하기를 바라며, 무안 참사와 비행기 기내 화재사건 이후 처음 탑승하기에 나그네는 새 가슴을 꽤나 졸였다.

답답하게 두 개의 게이트 중, 우선 탑승자 게이트는 소수에게만 차별적으로 이용케 하고는 닫아놓고, 대다수의 승객은 한 개의 게이트를 긴 줄을 서서 이용하게 하여, 십오 분 정도 늦게 출발하니 제주공항에도 예정시간 보다 십여분 늦게 도착해서 빠듯해진 렌터카 인수시간을 맞추느라 손발이 매우 부지런을 떨었다.

활용 가능한 직원과 이용가능한 여분의 게이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이 장시간 종종거리며 탑승구를, 그것도 비행기 까지는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경직된 시스템이 모이고 모여 아시아나 항공이 대한항공에 흡수합병 된 게 아닌가 싶었다.

3개월 전, 우선 탑승승객이 게이트를 통과 후, 2개의 게이트를 활짝 열어 재빠르게 승객들을 탑승시키려고 민첩하게 움직이던  대한항공과 비교가 되었다.

착륙 후, 발 빠르게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니, 체감상 따스할 거라고 생각했던 제주도는 강풍 때문에 체감온도가 육지보다 훨씬 낮았다.

첫 일정의 가파도 방문은 풍랑주의보가 무기한 발령되어 운 좋으면, 4박 5일 중 마지막 날엔 갈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첫날부터 일정이 전면 수정되는 꽃샘추위의 훼방이 3년 전 미세먼지 못지않다 싶었다.

출발부터 조금 마음이 상한 채로 우여곡절 끝에 제주에 발을 디디고, 렌터카를 인수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설렘을 가득 안고 제주에서의 첫 번째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