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1.

희망(希望)과 위안(慰安)이라는 꽃말의 설강화(雪降化, Snowdrop)가 이번 봄에 유독 그리운 까닭은, 맑은 하늘에 날벼락같은 하룻밤의 비뚤어진 얼치기의 황당한 치기 어린 망동으로 인하여, 혼돈(混沌, 渾沌, Chaos) 속에 간신히 정신줄을 붙들고, 겨우 겨우 숨 쉬고 있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일상이 하루속히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멍든 가슴속에 간절함이 한가득 차있기 때문이겠지요.
작년 보다 보름 이상 늦게 찾아온 설강화가 새봄에 대한 희망과 위안이 더디게 우리 곁에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엄습하기도 했지만, 작년과 같은 날에 찾았던 설강화 군락지가 실망스럽게 텅 비어있었음에 올봄에는 희망과 위안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삼월 중순이 시작되던 날, 조금 서둘렀던 봄 여행을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들른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서, 큰 기대 없이 약초원 초입을 지나다가 텅 비어있던 설강화 군락지에서 청초하게 고개 숙이고 서 있는 아리따운 설강화 아씨들을 만나 깜빡깜빡하던 희망과 위안의 불씨를 오롯이 되살려봅니다.
불과 열이틀 전만 해도 뾰족뾰족한 초록 새싹조차 움트지 않았던 설강화가 이렇듯 소담스럽게 피어나, 머잖아 상서(祥瑞)로운 기운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무사히 연착륙(軟着陸)한다는 한치의 흔들림 없는 굳건한 믿음과 희망과 위안의 파란 신호등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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