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봉정사 영산암의 가을풍경

Chipmunk1 2024. 11. 13. 06:35

2024. 10. 28.

본사(本寺)인 봉정사는 건너뛰더라도 한국의 아름다운 십 대 정원으로 선정될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고풍스러운 영산암을 빠뜨리는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제는 안동의 봉정사를 간다 하면 으레 영산암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그 존재감이 뇌리 속에 깊이 박혀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산암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찾는 이들은 극히 드문 듯, 가끔 조용한 응진전 툇마루에 홀로 걸터앉아 명상하기 좋은 영산암 내부 정원을 바라보노라면, 속세의 온갖 시름이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머릿속이 복잡한 현대인들의 템플스테이 체험이 날로 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응진전 툇마루에서 우화루 아래 출입문을 통해 보는 영산암의 바깥 정원에는 뜰홍초(칸나)가 만개하여 영국군 근위대가 언젠가 봉정사와 영산암을 방문했었던 고 엘여왕을 기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영산암의 뒷산과 옆산에는 고운 단풍이 든 나무들이 영산암을 흠모하듯 내려다보고 있으니, 가히 영산암은 사계절이 그러하듯 가을 역시도 한국의 아름다운 정원 중에 하나임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바깥정원에서 우화루를 중심으로 새뜻한 붉은 뜰홍초(칸나)의 호위를 받는 영산암의 가을은 겹겹이 쌓이고 쌓이는 영겁(永劫)의 삶을 꿈꿔온 탐욕스러운 중생들이, 영겁의 고뇌와 갈등을 하릴없이 쌓고 또 쌓는 영겁의 죄를 짓는 속세를 벗어나, 세파에 지친 중생들의 영혼에 잠시나마 아늑한 쉼터가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