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1.
옐로우(Yellow) 장성의 상징처럼 2016년부터 시작된 황룡강의 가을꽃축제는 노랑꽃을 주제로 황룡강 북단에 대단위의 해바라기 꽃밭도 조성했었고, 현재의 연꽃단지 부지에는 천일홍도 있었고, 가을의 노랑꽃을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노랑코스모스도 가득했고, 심지어는 노랑국화까지도 가득했었는데, 최근에는 대한민국 천지에 노랑코스모스와 국화의 몰개성적인 축제가 열리고 있고, 천일홍과 백일홍과 가우라(나비바늘꽃)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버들마편초(숙근버베나) 조차도 축제를 열고 있으니, 영월 동강의 붉은메일, 문경 봉천사의 개미취,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의 구절초 꽃을 제외하고는, 지자체를 대표할만한 독특한 가을꽃축제는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옐로우 장성의 노랑꽃잔치도 황룡강뿐만 아니라, 2019년 가을 까지는 백양사에서도 국화를 주제로 대웅전 앞 광장에 국화로 장식된 화려한 국화꽃 배도 만들어 놓아 노랑꽃잔치에 정점을 찍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코로나19 펜더믹이 시작되었던 2020년 무렵부터는 자연스럽게 백양사의 노랑꽃잔치는 자취를 감추었고, 그 뒤로 황룡강에도 해바라기 단지도 사라지고, 얼마 있다가는 천일홍이 있던 자리에는 연꽃단지를 조성해서, 여름에는 수려한 연꽃정원이 되고 봄에는 버들마편초와 꽃양귀비와 코스모스등 10억 송이의 꽃을 주제로 '황룡강 길동무 꽃길축제'가 생겨났고, 그동안 노랑꽃잔치로 그 존재감이 위태로웠던 가을꽃의 상징과도 같은 코스모스가 100억 송이 가을꽃이 핀다는 넓디넓은 황룡강 생태공원에 대략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니, '장성 황룡강 노랑꽃잔치'는 자연스럽게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가을꽃이라 부르기도 쑥스러운 코스모스는 지난봄에도 황룡강에 가득했었고, 꽃양귀비를 제외하고는 보라색 버들마편초조차도 황룡강 생태공원의 봄꽃 축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으니, 원예기술의 눈부신 발전인지, 아니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꽃들이 계절의 경계와 무관하게 피고 있는 현상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랑코스모스와 백일홍과 천일홍으로 가득했던 황룡강 남단 구역에는 백일홍도과 노랑코스모스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형형색색 코스모스가 가을가을하고 있습니다.
강변에도 강가에도 온통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며 여름에 빼앗기고, 겨울에 양보한 가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예전 백일홍으로 가득했던 황룡강 서쪽 연꽃정원 언저리에도 코스모스가 크게 자리하고 있으니, 가히 대한민국 최대 코스모스 단지라 해도 모자람이 없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도 장성군이 노랑꽃잔치를 포기하고, 대한민국 최대 코스모스 꽃밭을 조성하기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너무 넘치지 않게 안분지족 하며, 적당한 여백을 두고 강가에서 한들한들 강바람에 융통성 있게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고 위로 위로 뻗어나가는 연약해 보이는 코스모스처럼, 여백은 있지만 결코 꺾이지 않는 융통성을 장착하고 사는 삶도 좋지 않을까요?
깊어가는 가을에 끝없이 펼쳐진 코스모스 꽃길을 걸어가는 낭만이, 탐욕과 다툼보다 나누고 양보하는 아름다운 미덕으로 승화되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내년 가을에 앞서 내년 봄에 다시 만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다행스러움에 100억 송이 가을꽃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코스모스와의 짧은 이별을 합니다.
이제는 천편일률적으로 청초한 토종코스모스 보다도 개량종 코스모스들이 더 눈에 띄는 건 화려한 색감과 접시꽃만큼이나 커진 꽃송이들로 인한 착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40여 년 전, 강화도 마니산 입구 비포장 도로를 시외버스로 달리면서 차창밖으로 스러질 듯 곧추 스던 토종코스모스가 하늘 거리던 그 꽃길이 아직도 그립습니다.
백일홍에서 자주 보던 각박시나방이 토종코스모스에 가까운 강변아래 강가의 코스모스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면서,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가 끝난 지 벌써 한 주가 지난 장성 황룡강 생태공원의 코스모스 꽃길을 아쉬움 없이 떠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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