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제주여행 셋째날 에필로그

Chipmunk1 2023. 11. 1. 23:03

어제 보다 조금 늦은 오전 6시 6분에 호텔을 나서서 서귀포항 방조제에서 해돋이를 맞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직 어둠이 깔려있는 방조제 아래로 내려가다, 바위 위에 이끼가 있는 걸 모르고, 바위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잃고, 이끼가 낀 바위 사이 바닷물에 거꾸로 쳐 박혀서 저승사자를 만날 뻔했습니다.

휴대폰도 바닷속에 빠졌으나, 다행스럽게도  캄캄한 바닷물 속 돌 틈에서 휴대폰 불빛이 새어 나와 간신히 휴대폰은 건졌으나, 무선이어폰과 구입한 지 며칠 안된 고성능 보조배터리는 물에 빠져 작동하질 않습니다.

다행히 타박상만 서너 군데 있었는데, 밤이 되니 온몸이 욱신대는군요.

그렇지만, 신의 배려로 목숨을 보전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더욱더 선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해서 호텔로 들어서서 프런트데스크에서 수건 한 세트 새로 받아서 소금물에 절여진 몸을 씻고, 젖은 트레킹화를 그대로 신고, 1100 고지 넘어 천아수원지가 있는 천아계곡에서 작년과 같은 날 단풍을 만났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요!
보말칼국수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서귀포 사는 지인의 소개로, 개인적으로는 섞이고 싶지 않은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신화월드 입구에서 코스모스를  만났습니다.

신화월드 입구의 코스모스와 잠시 조우하고, 올레길을 걸으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던, 제주도 최서단의 고산 기상대가 있는 올레 12코스가 지나는 수월봉에 올라 차귀도와 회포를 풀었네요.

수월봉을 내려와 운진항에서 멋진 해넘이를 보기 위해 수월봉 아래를 지나는데, 깊어가는 이 가을에 유채꽃이 계절을 잊은 채로 만개한 장관을 목도하고 가던 길 멈추고 잠시 머물렀네요.

그리고, 마침내 운진항 방파제에서 해를 넘기고 길었던 제주여행의 마지막 밤을 맞습니다.

이번 여행처럼 아침저녁으로 해돋이와 해넘이를 함께한 적이, 냐짱의 빈펄해변을 제외하곤 나그네의 기억 속에는 없을 만큼 이번 여행처럼 날씨가 환상적이었던 적은 적어도 제주에서는 처음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