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버들 꽃을 시작으로 매화와 벚꽃과 개나리와 노랑꽃창포와 찔레꽃이 한겨울부터 한여름까지 탄천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가을 코스모스가 찾아오면 어디 숨어있다 나오는지, 단풍 든 나무들이 탄천의 가을을 시나브로 깊어가게 만듭니다.
정자교 붕괴사고 이후, 점점 뜸해지던 탄천 산책이 여름을 핑계로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예쁜 가을 하늘에 무장해제된 채로 어느새 탄천 죽전교와 대지교를 지나 오리교와 미금교를 지나면서, 아무런 잘못도 의지도 없이 소중한 생명을 잃어야 했던 세월호의 어린 학생들과 불과 1년 전 오랜 코로나19 펜더믹에 갇혀 지내던 젊은이들이 축제에 참가했다는 이유 하나로 세상을 떠나야 했던 기막힌 현실과 출근길에 다리 붕괴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안타깝고 끔찍한 안전사고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이 따르는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누구 하나도 선뜻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참사현장에 간 사람들을 탓하고 천년만년 누릴 수도 없는 권력을 내려놓지 못하고 천인공노할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작태들을 보는 나그네의 심정은 참담하다 못해 분노게이지가 치솟아 답답한 가슴에 온통 시뻘겋게 멍이 들어 버렸습니다.
탄천의 가을이 유독 붉은 까닭은 운 좋게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에 시뻘건 피멍울이 박혀 있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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