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의 만추(晩秋)를 찾아서

Chipmunk1 2023. 11. 22. 06:35

2023. 11. 14.

전주 하면 대개는 한옥마을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나그네는 수목원(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한옥마을 같은 주차전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분주한 거리의 복작거림도 없이 주차도 편하고 너른 수목원에 아무리 많은 인파가 몰려와도 언제나 여유롭게 자연과 벗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료 주차에 무료입장이라는 덤까지 선물 받을 수 있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이 가을의 전성기를 지나 만추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계절로 돌아왔습니다.

제일 먼저 찾곤 하는 장미원의 장미의 뜨락에 서서 눈부신 파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빨간 가을장미와 먼저 눈 맞춤을 합니다.

장미원 중앙의 아치에 매달려 화려함을 뽐내는 노랑장미 또한 가을장미의 기품을 간직한 채 눈부시게 파란 가을 하늘을 한층 아름답게 꾸며줍니다.

장미원의 상징과도 같은 한옥 지붕아래 순백의 장미와 옅은 분홍장미 또한 눈이 시리게 파란 가을 하늘을 우러러 가을 장미의 주인공은 나라고 소리치는 듯싶습니다.

전통 문양의 건조물과 파란 하늘과 장미의 앙상블이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 장미원 안팎에는 가을 장미가 만추 속에서 막바지 명현 현상처럼 활짝 피어나고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야리야리하게 살포시 존재감을 나타내던 연꽃이 이제는 중장년을 지나 노년의 완숙한 노련미를 간직한 채 만추의 끄트머리에서 작별의 손짓을 합니다.

머잖아 기나긴 겨울이 시작되고, 수목원은 삭풍을 이겨내며 곳곳에서 봄을 잉태하게 되겠지요.

한 번쯤은 눈길을 걸으며, 한두 송이 남아있을 귀한 겨울 장미와 숨바꼭질 해보길 소망하면서, 수목원에 만추를 고스란히 두고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