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매미껍질이 처음엔 살아있는 매미인 줄 알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계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듯 성충이 된 매미가 세상으로 나가면서 흔적을 남긴 것이란 걸 알고부터는, 여름 내내 밤낮없이 노래하는 매미의 개체수를 감안한다면 얼마나 많은 매미껍질들이 나뭇가지며 풀대에 매달려 있을지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매미는 자라서 껍질을 남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혹여 나그네는 영원하리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 봅니다.
끊임없는 탐욕과 주변의 달콤한 유혹에 유한한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음을 잠시 잊고, 탐욕의 끝이 어딘지도 모르고 불속으로 날아 들어가는 불나방 같은 안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아슬아슬하게 풀잎에 매달려 있다가 나무 위로 올라가 여름 내내 노래를 하며 알을 낳고 여름과 함께 사라지는 매미는 다음 여름에 또다시 성충이 되어 세상으로 나오듯이 사람도 죽어서 또다시 환생한다면, 그래서 전생의 이력을 그대로 이어받아 또 다른 삶을 유한하게 사는 행위를 무한 반복한다면, 나그네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시 상념(想念)에 잠겨보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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