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2. 16.언제나 그랬듯이 잠시나마 포근하게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주는 영산암은 파릇파릇한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아 정월대보름이 사흘이나 지났어도, 봄기운은 어디쯤 와있는지 가늠할 수 없지만, 나한전 아래 작은 정원에 산당화도 큰꿩의 비름도 때를 기다리며 아직은 생명이 움트고 있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바싹 말라버린 스산한 고요함에 '나 여기 있소' 나지막이 속삭이는 그나마 초록빛을 간직한 채 마당을 덮을 기세로 홀로 서있는 소나무가 봄의 희망을 전해 줍니다.속세의 온갖 번뇌와 시름을 잠시 내려놓고, 이제는 조금씩 동이 터오기 시작하는 영산암을 뒤로하면서, 이 땅 위의 삼라만상이 순리대로 하루속히 제자리를 찾기를 앙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