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상효원의 튤립축제

Chipmunk1 2024. 3. 28. 10:24

2024. 03. 13.

나그네에게 서귀포시 산록남로의 상효원은
감동 없는 수목원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건만
오후시간이 애매하기도 했고 궁금도 하기에
서귀포 치유의 숲과 추억의 숲길을 스쳐지나
돈내코 쪽으로 가기 직전 상효원에 당도하니
삼월 일일부터 튤립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일정상 보롬왓 카페의 튤립이 들어있었지만
아직은 튤립이 실내에서만 피어 있다 하기에
갈 곳을 잃고 방황하다 시간 때우려 들렀는데
보롬왓서 볼 수 없는 튤립을 상효원서 만나니
영 퍼센트의 기대가 백 퍼센트의 기쁨이 되고
간사한 마음이 상효원의 위상을 높여줍니다

세복수초를 제대로 만나볼 욕심으로
일정을 당겨 와 보니 튤립은 아직이라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달래면서 왔는데
생각지 못한 튤립이 상효원서 반기니
두 마리 토끼 잡은 행복한 시간입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이
늘어나는 꾸리꾸리한 세상에
계절과 자연이 튤립을 부르고
깜짝 조우한 상효원의 튤립은
암울했던 마음을 밝게 합니다

사 월 십삼일 까지 이어지는 튤립축제는
경천동지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세상에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이 급박하게 커진
긴박한 시간임에도 유유자적 활짝 피어
응원과 격려와 축하와 위로를 함께하고
난장판 된 난리법석 정리하고 가겠지요

튤립파동으로 지칭되어 온 튤립버블이
근대유럽의 삼대버블로 회자되고 있고
인류 역사상 최초 기록된 투기로 지목된
튤립파동이 거대한 경제적인 거품이란
은유로 즐겨 사용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당시 유럽경제의 주도권을 대영제국에
넘기는 네덜란드의 지나친 튤립사랑이
아직도 네덜란드에게는 아픔이겠지요

지나친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이
제동장치 없는 탐욕의 열차가 되어
세상을 덮쳐오기 전에 선로를 바꾼
역사의 교훈을 탐욕에 눈먼 자들은
알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아무 잘못 없는 네덜란드의 국화 튤립이
인간의 탐욕이 만든 투기의 원흉이라니
공연히 튤립에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상효원 튤립거리의 튤립을 바라보면서
소수의 탐욕스런 인간들에 의해 자행된
탐욕과 불의로 얼룩진 역사를 바로잡고
새 역사를 연 민초들이 곧  튤립인 듯한
동병상련을 느끼며 튤립과 작별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효원의 튤립이
오늘은 나그네의 로또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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